[마켓 투데이]증시 ‘갈지(之)자 횡보’의 깊은 뜻

  • 입력 2009년 6월 17일 03시 01분


이번 글로벌 위기는 부채를 잔뜩 짊어진 채 제조업과 주택 부문에 과잉 투자가 이뤄진 데 따른 것이다. 공급 측면의 과잉, 그리고 수요 위축을 유발하는 ‘부채 경제’ 구조가 기반이 됐다. 위기 발생 초기에는 금융 문제가 컸지만 점차 소비, 물가, 금리가 동반 하락하는 디플레이션 상황에 빠졌다. 이후 각국은 디플레이션 탈출 해법으로 적극적인 재정 투자와 금융시장에 대한 자금 공급 등을 하며 경제 정상화를 유도해왔다.

이런 노력들의 결과 4월을 고비로 세계 경제는 마침내 정상으로의 복원 과정에 진입했다. 그러나 경제구조가 정상화될수록 달러 약세와 물가 상승 위험이 커지는 역설적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 저금리 정책과 대규모 자금 공급을 병행하면서, 경기가 회복될수록 화폐 유통 속도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경기 회복과 과잉 유동성의 결합은 물가와 금리의 동반 상승으로 이어진다.

특히 미국의 경우 가장 많은 통화를 공급했기 때문에 경제가 정상화될수록 달러 약세는 불가피하다. 달러 약세는 대체 투자 수단으로 원자재 가격 상승을 유발한다. 최근 금리 상승에 앞서 국제유가는 이미 저점 대비 2배가량으로 상승했고 원자재 재고도 줄어들고 있다. 금 가격도 고공행진 중이다.

이렇게 세계 경제가 디플레이션에서 인플레이션 구조로 전환되면서 최근의 경기 회복세에 대한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우선 위기의 근원을 제공했던 미국 부동산 대출 금리가 빠르게 상승하면서 부동산 경기 회복이 지연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물가가 오른다고 금리를 올리기 어려운 상황이 온 것이다. 만약, 과잉 부채의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인상하면 또다시 소비 회복이 지연되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또 경기회복이 둔화되면서 부채 조정도 지체될 소지가 크다. 그렇다고 물가와 금리 상승을 방치하면, 거꾸로 실물자산 선호 심리가 가속화될 수 있다. 당분간 실물경기는 회복 추세를 보이겠지만 그 흐름이 얼마나 지속될지는 알 수 없는 형국이다.

현명한 시장은 항상 균형을 추구한다. 현재의 추세가 이어지면 소비 감소, 실업 증가, 자금시장 경색이 재연돼 경기 회복이 늦춰지게 된다. 따라서 물가와 금리는 언제까지나 계속 오르기만 하진 않을 것이다. 다만 이런 추세 전환이 언제, 그리고 어느 수준에서 나타날지가 시장의 관심이다. 이제 각국은 과거보다 훨씬 장기적 관점에서 경제 변수의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 그러나 근본적 치료는 단순한 복원보다 더 어렵기 마련이다. 최근 주가의 ‘갈 지(之)’자 행보도 향후 경제 상황이 이처럼 만만치 않을 것임을 보여주는 징표다.

홍성국 대우증권 홀세일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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