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하반기에는 대규모 해양플랜트 발주가 줄줄이 예정돼 조선업계의 수주 가뭄을 해결할 단비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우선 세계 6위의 국영 에너지기업인 브라질 페트로브라스가 2013년까지 단계적으로 원유시추선(드릴십) 및 FPSO 등 총 420억 달러 규모의 발주계획을 발표했다. 호주의 고르곤 가스개발 프로젝트(320억 달러 규모), 네덜란드 로열더치셸의 LNG-FPSO 프로젝트(50억 달러)도 대기 중이다. 선박 형태의 시추설비인 드릴십과 FPSO는 사실상 세계 최고의 기술력과 건조 경험을 갖춘 국내 조선사 간 수주 경쟁이 될 것이다.
위기는 기회가 될 수 있을까. 그동안 한국은 무선인식 전자태그(RFID)에 기반한 관리시스템, 유비쿼터스센서네트워크(USN)를 활용한 산업안전관제시스템, 자동운항제어기기 등 최첨단 정보통신기술력을 선박 제조에 접목해 기술 경쟁력에서 우위를 확보했다. 또한 전사적 자원관리(ERP) 지식경영시스템(KMS) 비즈니스프로세스관리(BPM)를 도입해 생산 프로세스를 혁신했다. 여기에 머물지 않고 크루즈선, LNG 운반선, 드릴십, 쇄빙 유조선, 기당 1조 원이 넘는 FPSO 등 고부가가치 선박시장을 개척했다. 위기 극복과 도약의 관건이 독보적이고 혁신적인 기술경쟁력에 있다는 사실은 우리 스스로 확인해온 바다.
기술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양질의 고급인력을 안정적으로 양성하고 공급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일본은 조선 기술인력 육성에 실패해 전문 인력의 노령화와 설계인력 부족으로 세계 1위 자리를 우리에게 넘겨줬다. 중국은 저임금과 정부 지원 속에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아직은 기술력이 뒤처진다. 우리나라 역시 설계 등 우수한 전문인력 양성을 통한 기술인력 확보로 세계 1위 자리를 거머쥐었으나 신기술 개발과 운용을 담당하는 고급인력풀이 꾸준히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기술경쟁력 우위가 계속될 것을 장담할 수 없다.
고급인력의 지속적인 양성은 장기적인 복안을 갖고 추진해야 한다. 이를 위해 부산과 경남 등 조선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산학연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대학 또는 전문 직업훈련 시설에서 조선설계, 용접 등 맞춤형 기능 인력을 양성해 기업이 필요로 할 때 즉시 투입하는 시스템을 구축하자는 말이다. 또한 날로 수요가 늘어나는 조선공학 기계공학 정보기술(IT), 엔지니어링의 고급 기술인력 양성을 위한 마스터플랜을 세우는 데 정부와 업계가 하루 빨리 머리를 맞대야 한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앞장서 조선업 관련 취업 연수생 및 직장인 기술 재교육을 지원하는 정책을 마련한다면 금상첨화다. 혁신과 기술력은 고급인력이 뒷받침돼야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한국 조선업계가 경쟁국을 제치고 세계 1위를 지키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
윤성재 씨에스씨에이디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