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정종환]‘무한 영토’ 바다를 개척하자

  • 입력 2009년 6월 1일 02시 53분


우리는 흔히 우리나라를 좁다고 생각한다. 어릴 때부터 좁은 국토, 높은 인구밀도라고 교육받아 왔기 때문이다. 물리적인 육지 면적이 좁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육지 중심에서 바다 중심으로 생각을 바꾸면 얘기는 달라진다. 시야를 바다로 돌려 보자. 상상력을 바다로 향해 보자. 바다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미래 바다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무한한 상상력을 바다에 펼치면 꿈은 현실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는 남한 육지 면적의 4.5배에 이르는 44만3000km²의 해양관할권을 보유하고 있다. 또 3200여 개의 섬과 1만2682km에 달하는 긴 해안선을 갖고 있다. 이렇게 넓은 바다영토에 비하면 바다에 기울이는 관심이 너무 미미하다. 시야를 더 멀리 가져 보자. 우리나라는 1988년 남극 킹조지 섬에 세종과학기지를 건설하여 남극해 지질조사와 유용 신물질을 연구하고 있다. 2012년까지 남극대륙에 제2과학기지도 건설할 계획이다. 북극에서도 2000년부터 북극해 해양자원 조사연구를 시작해 대상 지역을 점점 넓혀가는 중이다.

태평양에도 또 하나의 새로운 영토가 있다. 태평양 심해저 해역에 남한 면적의 4분의 3인 7만5000km²의 독점적 개발광구를 확보했다. 2020년 이후 상업생산에 돌입하면 주요 금속자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여 연간 2조 원 이상의 수입대체 및 수출 증대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상상력을 더 발휘하면 바다 위에 땅을 만들 수 있다. 초대형 부유식 해상구조물이 대표적이다.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이 실현 가능성을 검토했고 우리나라도 실용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투자하는 분야다. 부유식 마리나 리조트, 해상 공항, 다목적 해상산업기지로 활용할 수 있다.

시야를 바다로 돌릴 경우 무궁무진한 세계가 우리 앞에 펼쳐진다. 영토가 좁다고 더는 말할 수 없다. 오히려 도달하지 못한 미지의 영역이 많다. 인류가 처한 생존 위기인 에너지 고갈, 지구온난화, 물 부족 등의 문제도 바다로부터 희망을 찾을 수 있다. 우리나라는 에너지 고갈과 환경오염에 대비하여 바다의 청정에너지와 재생에너지에 주목하고 있다. 1000kW 규모의 울돌목 시험조류발전소를 지난달 준공한 데 이어 2010년 말이면 세계 최대 규모의 조력발전소를 시화호에 완공할 예정이다. 제주도에서는 500kW급 파력발전을 위한 해역조사 및 상세 설계가 진행되는 중이다. 이를 통해 2020년까지 연간 5260GWh의 발전량을 획득하여 8490억 원의 유류를 대체하고, 이산화탄소(CO2)를 237만 t 감축할 계획이다.

물 부족 문제도 마찬가지다. 식수 문제가 불거져 나오는 요즘 해양심층수 개발 및 상용화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수심 200m 이하의 바다에서 병원균이 없고 미네랄이 풍부한 심층수를 활용하여 생수뿐만 아니라 식품 의약품 화장품을 생산한다. 바다의 풍부한 수량을 고려해 볼 때 이 분야도 가능성이 무한하다.

하루 24시간을 육지에서 보내는 우리에게 바다의 의미가 더욱 크게 다가와야 한다. 현실의 많은 문제에 부닥쳐 고민할 때 바다로 상상력을 한번 돌려보자. 바다에 해결 방안이 있을지 모른다. 바다의 실체가 하나씩 밝혀지고 있지만 우리가 아는 부분은 아직도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물 밑에 숨겨진 저 거대한 빙산을 상상력의 눈과 진취적인 가슴으로 들여다보자. 미래에는 바다를 이해하는 국가에 번영의 길이 열린다. 바다의 날(5월 31일)을 보내면서 우리가 바다에 더 많은 관심을 두고, 바다를 더 많이 탐구해야 하는 이유이자 생존의 열쇠이기도 하다.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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