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정윤식]‘부산대 기부금 전용’ 주장 근거없다

  • 입력 2009년 5월 28일 02시 59분


《이 글은 이인호 KAIST 김보정석좌교수의 칼럼(‘법이 궤변의 방패이고 불의의 피신처인가?’·19일자 A30면)에 대한 반론입니다.》

이인호 KAIST 김보정석좌교수가 ‘법이 궤변의 방패이고 불의의 은신처인가?’라는 제하의 기고를 했다. 부산대는 기부금을 멋대로 사용했는데도 상식 밖의 판결이 내려짐으로써 승소했고, 이는 올바른 기부문화 정착에 찬물을 끼얹는다는 일방적 주장이다. 솔직히 기부금 논란과 관련해 수혜자 측이 견해를 밝히는 일 자체가 무척 곤혹스럽다. 그렇지만 기부금 사용의 진실이 정반대로 오해되고 있어 안타까운 심정으로 반론을 제기한다.

이 교수는 사실관계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부산대가 기부금 195억 원을 전용했다고 단정하고 있다. 기부 목적이 양산캠퍼스 용지대금이었는데 캠퍼스 건설 및 연구지원기금으로 자의로 사용했다는 말이다. 이를 전제로 기부금 사용이 투명하지 않다거나 판결 또는 법이 잘못되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기부금이 전용되었다는 전제가 사실이 아니라면 이 교수의 주장은 모두 허언에 불과하다고 할 것이다. 과연 부산대는 송금조 회장이 출연한 기부금을 전용했는가?

기부자가 2003년 10월 8일 친필로 서명한 기부약정서에는 기부 목적이 분명히 ‘캠퍼스 건설 및 연구지원기금’으로 명시돼 있다. 기부자 측은 4차례에 걸쳐 이 약정을 재확인하고 195억 원을 출연했고 부산대는 이 약정에 따라 기부 목적에 맞게 사용했다. 기부자 측은 약정은 그렇게 했지만 구두로는 양산캠퍼스 용지대금이었다고 하는 등 다른 주장을 펴고 있으나 재판 과정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판결의 기초사실 정리를 통해 당초 기부 목적이 ‘캠퍼스 건설 및 연구지원기금’이었음을 분명히 인정했다. 다시 말해 기부금이 전용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명백한 것이다.

사실이 이러한데도 이 교수는 무엇을 근거로 기부금이 전용되었다고 단정하는가? 참고로 기부자가 약정 후 3년 5개월이 경과한 시점에서 기부 목적 변경을 요청하여 본교가 이를 수용했고, 이후 195억 원을 양산캠퍼스 용지대금으로 모두 지급한 상황이다. 결과적으로는 기부자의 뜻대로 모두 이뤄진 상태다. 참고로 부산대 양산캠퍼스 용지대금은 모두 510억 원에 이른다. 대학이 기부금 외에 확보한 다른 예산을 투입하고 토지 교환 등을 통해 사실상 캠퍼스 용지로 확보했다. 이미 올 2월에는 1단계 건립공사가 마무리되어 의학계열의 양산캠퍼스 시대를 열었다.

이번 판결의 참뜻을 논하고 새겨보는 일은 법률전문가가 아닌 필자의 능력 밖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번 판결과 관련하여 기부금을 목적에 맞게 쓰지 않았다 해도 기부 약속을 중단해서는 안 된다는 식으로 해석하는 것은 아쉬운 점이 없지 않다. 본교는 기부금을 기부 목적에 맞게 사용했으므로 그런 경우에 해당되지 않는다. 특히 사용 명세에 대해서는 대학평의회와 학내 전산망을 통해 소상히 밝혔다. 따라서 부산대가 기부금을 멋대로 사용했지만 그래도 기부자는 나머지 기부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식으로 오도하는 태도는 어불성설이다. 그것은 의도적으로 부산대를 흠집 내기 위해 만들어낸 선동적 주장으로밖에 볼 수 없다.

필자는 본교 기부금과 관련하여 사회적 논란이 일어난 데는 원인이 어디에 있는가를 떠나서 참으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기부금 사용에 관한 진실이 잘못 알려져서 억울한 점도 없지 않지만, 무엇보다도 올바른 기부문화 정착에 다소라도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우려돼 마음이 무겁다. 기부금과 관련 있는 대학인의 한 사람으로서 독자 여러분의 오해가 없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정윤식 부산대 기획처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