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전병성]한반도 특성에 맞는 예보모델 추진

  • 입력 2009년 5월 27일 02시 49분


“난 기상학과야.” “그런 과도 있니? 그럼 내일 날씨 맞힐 수 있어?” 영화배우 이정재가 기상캐스터로 출연한 영화 ‘오버 더 레인보우’에서 청춘 남녀가 나누는 대화다. 이렇듯 많은 사람이 기상을 말하면 날씨 예측을 떠올리고 그 예측은 맞아야 한다고 단정 짓는다. 날씨는 한시도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자연현상이다. 아침과 저녁이 다르고 어제와 오늘이 다르고 봄과 여름이 다르다. 일기예보는 그런 날씨를 예측하는 일이다.

대기층의 공기는 볼 수도 잡을 수도 없고 변화무쌍하고 혼돈스럽다. 그래서 날씨 변화를 예측하는 일은 쉽지 않다. 현대 과학을 모두 동원해도 천길 만길 하늘의 조화를 다 알기는 너무나 어렵다. 이런 상태에서 만드는 일기예보에는 불확실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 우리나라의 예보 정확도는 85∼88%로 이는 미국이나 일본 같은 선진국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지리적인 위치도 일기예보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한 요인이 된다. 아시아대륙과 태평양의 경계면에서 성질이 다른 공기가 부딪치는 곳이고, 북반구 중위도에 있어 아시아몬순 영향을 받는다. 또한 3면이 상대적으로 좁은 바다로 둘러 싸여 있고 산이 많은 복잡한 지형 때문에 작은 규모의 국지적인 기상현상이 잘 발달한다. 지구촌 어느 지역보다도 날씨가 변화무쌍한 지역에 우리가 살고 있다. 앞으로는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이상 기상의 발생 빈도가 증가하고 대형화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이론적으로 기온이 1도 올라가면, 공기 중에 수증기를 포함할 수 있는 능력은 7% 많아진다. 우리나라는 20세기에 평균기온이 1.5도 상승했다. 최근에 연강수량이 증가하지만 비 오는 날 수는 오히려 줄었다. 집중호우의 발생빈도는 늘어난다는 의미다. 지구온난화로 나타나는 우리나라 기후변화의 한 단면이다.

이런 이유로 일기예보는 날로 어려워지지만 기상청은 예보를 더 정확히 하기 위해 더욱더 박차를 가할 것이다. 독자 기상위성을 쏘아 올려 상세한 위성자료를 확보하고 예보의 기초가 되는 관측자료의 정확도를 높이고 관측 공백 지역을 해소하고자 한다. 동시에 현재보다 계산 능력이 10배 정도 빠른 슈퍼컴퓨터 3호기 도입에 맞춰 고품질 수치예보모델을 예보에 활용하고, 장기적으로는 우리나라 날씨 특성이 잘 반영된 독자모델 개발을 추진할 예정이다. 예보 정확도 향상 못지않게 중요한 국민과의 소통을 잘하기 위해 정보 전달 시스템 보강에도 주력하겠다.

전병성 기상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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