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공공·민영 장점 살린 ‘한국형 의료시스템’ 해보자

  • 입력 2009년 5월 16일 02시 54분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어제 신문방송편집인협회 초청 강연에서 “한국은 수준 높은 의사가 있으므로 국내외 투자를 받아 미국형과 유럽형의 장점을 갖춘 한국형 의료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민영보험 위주인 미국형 의료는 서비스의 질은 높지만 의료수가가 비싸 보험 미가입자가 많고, 유럽형은 의사들이 싼 임금 때문에 다른 나라로 떠나 저개발국가에서 의사를 모집하다 보니 의료의 질이 떨어진다. 미국형과 유럽형 의료의 단점을 극복하고 장점을 결합하는 데 성공한다면 수준 높은 의료서비스와 의료산업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도 피부 성형 임플란트 종합검진 같은 분야에는 외국 환자가 몰려들고 있다. 한국인은 손재주를 타고나 의사들의 수술 수준도 매우 높다. 잘만 하면 외국 환자를 대거 유치하고, 해외로 나가는 국내 환자들도 붙잡을 수 있다. 외화를 벌어들이고 상당한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는 신(新)서비스산업이다.

기획재정부와 보건복지가족부는 그동안 수차례 협의를 거쳐 공동으로 발주한 용역 결과가 나오는 올가을쯤 새로운 의료시스템에 관한 구체적 방향을 결정할 계획이다. 윤 장관은 어제 강연에서 새 의료시스템과 관련해 “새로운 투자개방형 의료법인(영리병원)을 포함한 국내 모든 의료기관이 건강보험의 적용을 받는 당연지정제는 반드시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윤 장관은 기존의 비영리병원이 영리병원으로 전환하지 못하도록 하고, 실력 있는 의사가 신규 영리병원으로 몰리지 않게 일정 기간 당연지정 분야에서 일하도록 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정부와 의료계가 뜻을 모으면 의료분야의 산업화를 촉진하는 동시에 의료서비스의 공공성 약화나 일반 의료비 상승을 막을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보건의료노조 사회보험지부 등 관련 분야 노조들은 의료서비스 선진화정책이 실시되면 ‘의료재앙이 올 것’이라며 전국적인 파업을 유도하고 있다. 이들은 당연지정제가 폐지되고 민영보험이 실시되면 국민건강보험이 붕괴되고 의료비가 급등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마치 서민은 병원에도 가지 못할 것처럼 악의적인 선동을 하는 것은 작년의 ‘광우병 괴담’과 닮았다. 윤 장관은 당연지정제를 폐지하지 않는다고 분명히 밝혔다.

정부는 “영리병원이 도입될 경우를 전제로 예상되는 부작용의 최소화 방안을 지금부터 마련하라”는 국회 입법조사처의 제안을 참고하기 바란다. 일부의 선동 탓에 여론이 왜곡되지 않도록 대응하는 것도 정부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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