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조심 건호씨… 신문하면 한참뒤 답변

  • 입력 2009년 4월 17일 02시 56분


16일 오전 대검 중수부에 세 번째로 소환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아들 노건호 씨가 승용차를 타고 대검청사에 들어서고 있다. 검찰은 이날 노 씨를 상대로 노 씨가 대주주인 엘리쉬앤파트너스를 통해 외삼촌 권기문 씨의 회사에 우회 투자한 경위를 조사했다. 변영욱  기자
16일 오전 대검 중수부에 세 번째로 소환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아들 노건호 씨가 승용차를 타고 대검청사에 들어서고 있다. 검찰은 이날 노 씨를 상대로 노 씨가 대주주인 엘리쉬앤파트너스를 통해 외삼촌 권기문 씨의 회사에 우회 투자한 경위를 조사했다. 변영욱 기자
말 한마디 잘못하면

노 전대통령에 치명적

허점 안보이려고 애써

16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아들 노건호 씨를 세 번째 소환조사한 검찰은 노 씨 조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노 씨를 상대로 신문하는 데에는 다른 참고인들을 조사할 때보다 몇 배나 더 시간이 걸리고 있기 때문. 검사의 사소한 질문에도 노 씨는 한참 동안 골똘히 생각한 뒤 답변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노 씨를 조사한 검사가 지치고 힘들어할 정도라는 것. 홍만표 대검 중수부 수사기획관은 “노 씨는 답변 하나하나를 오래 생각하면서 굉장히 신중하게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검찰은 노 씨를 상대로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돈 500만 달러 중 절반이 투자된 ‘엘리쉬앤파트너스’의 대주주로서 지배력을 행사했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 검찰 조사과정에서 노 씨가 지나칠 정도로 신중한 이유는 자신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아버지인 노 전 대통령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500만 달러의 투자결정 권한 등 ‘지배력’이 최초 이 돈을 송금받은 노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 연철호 씨에서 노 씨 자신에게 있는 것으로 밝혀지면 노 전 대통령의 연루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래서 노 씨는 말 한마디를 할 때도 검사가 질문하는 의도에 대해 고민하면서 허점을 보이지 않기 위해 애쓰는 것으로 전해졌다. 노 씨는 검찰에 소환될 때에도 취재진의 카메라를 피하지 않고 당당한 표정으로 응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노 씨가 500만 달러의 처분 권한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박 회장이 “노 전 대통령의 요구로 보낸 돈”이라고 진술한 것은 물론 그 돈이 나중에 어떻게 투자됐는지를 자세히 모르고 있는 점에 비춰 이 돈을 연 씨에 대한 투자금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홍 수사기획관은 “아들이 한 일을 아버지가 몰랐다고 하면 그런 부분은 상식의 틀에서 봐야 한다”고 밝혔다.

검찰은 당초 15일 노 씨를 세 번째로 불러 조사하기로 했으나 하루를 미뤘다. 노 씨가 돈의 투자 경위 등에 관한 정리된 자료를 제출할 시간을 달라고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16일 조사에서 노 씨는 제대로 정리된 자료를 내놓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 씨의 변호는 노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 정재성 변호사와 노무현 정부 때 대통령법무비서관을 지낸 김진국 변호사 등이 맡고 있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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