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서승직]기능강국을 국가브랜드로

  • 입력 2009년 4월 17일 02시 56분


인기 없는 국가대표 기능올림픽선수 44명이 9월 캐나다 캘거리 대회를 앞두고 지난달 초부터 기능한국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저마다 훈련에 열중하고 있다. 예전 같으면 한곳에서 계획된 프로그램에 따라 합동훈련을 했지만 변변한 훈련장소가 없어서다. 대표선수들은 각자의 훈련 장소에서 아침마다 “나는 제40회 국제기능올림픽대회 대한민국 대표선수로서 국위를 선양하고 개인의 명예를 드높이기 위해 훈련 기간에 어떠한 역경과 어려움도 이겨내고 충실하게 훈련하여 반드시 세계 최고가 될 것을 다짐합니다”라며 필승의지를 다지고 훈련에 임한다.

김연아 선수나 야구대표팀처럼 국민적 관심과 성원은 못 받아도 기능올림픽의 세계 제패는 남들이 알아주는 코리아의 브랜드를 향상시키는 일이다. 만연된 기능경시 풍조와 갈수록 심화되는 무관심 속에 열정마저 식어가는 지금, 안타깝게도 기능강국의 근간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오늘을 준비하는 과거의 혁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산업화에서 지식기반 사회로 이어지는 변화의 시대에서 위기를 맞은 기능올림픽이 직업교육의 새로운 희망으로 거듭날 수 있는 방안을 살펴본다.

첫째, 기능강국의 강점을 시스템으로 결집하면 최고의 국가브랜드가 될 수 있다. 우리는 전대미문의 기능올림픽 15번 종합우승이라는 강점을 갖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이런 강점을 국가브랜드화하는 투자와 노력은 전혀 없었다. 금메달 획득만이 목표의 전부였다. 유형의 하드웨어보다 무형의 소프트웨어가 더 가치 있는 국가브랜드다. 지금 산업화를 꿈꾸는 수많은 국가는 우리의 기능강국 노하우를 전수받기를 간절하게 원하며 벤치마킹의 표본으로 삼는다. 훈련센터 하나 없는 기능강국의 실체는 너무나 빈약하다. 세계의 직업교육 메카가 될 수 있는 기회도 놓치고 있다.

둘째, 자기 직업에 만족할 수 있는 전문가를 육성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일시적인 보상적 차원의 우대나 지원만으로는 직업에 만족하게 하기에 한계가 있다. 보상 차원의 정책만으로 직업교육의 본질을 살릴 수 없다. 사실 우리처럼 기능올림픽 우승자에게 파격적인 정부 포상을 하는 나라도 없다. 하지만 기능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보상으로 얻은 일류 직장을 그만두고 간판을 얻기 위해 대학 진학의 길을 택한다. 일부 직종은 대표선수 선발이 어려울 정도다. 기능강국이라면 우수한 기능인력은 직업교육의 시스템에서 자연스럽게 배출해야 한다. 그동안 우리 청소년들은 24회에 걸친 국제대회에서 451개의 메달을 획득했으나 이 중 15%가 다른 분야에 종사한다. 지금의 직업교육정책은 분명 재고해야 한다.

셋째, 직업교육의 디스카운트 요인을 해소해야 한다. 외국과 달리 국내에서는 기능이라는 단어를 낮게 평가한다. 모든 것이 대학으로 통하는 분위기 속에서 분별없는 대학의 난립이 직업교육을 망치게 했다는 지적이 있다. 전문계고는 직업교육의 완성학교라기보다는 연계 학교로 전락했다. 일찍이 산업화시대부터 기능강국의 자리를 지켰지만 아직도 기능선진국이 아니다.

기능올림픽의 우승은 값진 국위 선양이다. 그러나 기능올림픽이 직업교육의 목표가 될 수는 없다. 무엇보다도 기능강국의 저력은 직업교육의 본질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현상으로 발전해야 한다. 어렵고 힘든 훈련 속에서 얻은 금메달이 더 값진 빛을 발하게 만드는 일은 직업교육에 희망을 준다. 기능강국의 강점을 시스템으로 결집하는 사업은 직업교육의 본질을 살리는 일이다. 이것이야말로 국가브랜드를 제고하고 명실상부한 기능선진국으로 가는 길이다. 아무리 어렵고 힘들어도 기능올림픽 대표선수가 국가브랜드 제고에 큰 역할을 하도록 적극 성원해야 한다.

서승직 인하대 교수·국제기능 올림픽 한국기술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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