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박정동]송도국제도시 파격지원 필요

  • 입력 2009년 4월 14일 03시 01분


세계를 강타한 글로벌 금융위기가 국내경제에까지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내 최초로 지정된 인천경제자유구역의 개발사업이 극심한 국내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진행된다는 사실을 통해 대한민국의 저력에 아직은 희망을 가져본다. 특히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본격적인 국제도시로 만드는 송도국제도시 개발사업이 아직은 성질 급한 한국인의 기대에 못 미치지만 조금씩 가시적인 성과를 보인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우리는 경제특구를 논하면서 중국의 성공을 자주 언급한다. 그리고 중국에는 이렇게 외국자본이 물밀듯이 밀려오는데 우리는 뭘 하고 있느냐고 얘기한다. 세상사가 그렇듯이 원인 없는 결과는 없다. 특히 공짜는 없다. 1980년 중국 제1호 경제특구로 지정된 선전(深(수,천))은 당시 인구 3만 명의 작은 어촌에 불과했다. 중국에서도 가장 못사는 도시 중 하나였던 선전은 이후 2006년까지 연평균 27%의 믿기 힘든 성장률을 보이며 현재 인구 1000만 명이 넘는 초현대식 도시로 발전했다.

하지만 경제특구로 지정되고 개발이 본격화된 지 상당 기간이 지났을 때에도 중국공산당 내부에서 경제특구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고 최고 지도자 덩샤오핑(鄧小平)조차도 외국대표단과의 간담회에서 “선전 특구는 하나의 실험에 불과하다. 성공할 것을 바라고 있지만 실패하더라도 나름대로의 교훈을 얻을 것이다”라고 이야기할 정도였다. 지금은 누구나 선전 특구를 긍정적으로 보지만 특구 지정 당시만 해도 외국은 물론 중국 내부에서조차 성공 자체를 확신하기 어려웠다.

특구를 비판하는 배경에는 인프라 건설에 대한 중앙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타 도시에서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각종 혜택이 있었다. ‘전국은 특구를 지원하고 특구는 전국을 위해 봉사한다’는 당시의 슬로건이 중국이 얼마나 경제특구에 선택과 집중적인 정책을 펼쳤는가를 잘 알 수 있다. 선전을 비롯해 주하이(珠海) 샤먼(廈門) 산터우(汕頭) 하이난(海南) 섬을 경제특구로 지정했지만 경제특구의 대표주자는 어디까지나 선전이었다. 경제특구와 타 지역 사이에서의 선택과 집중이 있었고 동시에 경제특구 내에서도 선택과 집중이 있었던 셈이다.

즉 중국 최고의 경제특구 선전의 발전 패턴은 중국 정부와 지방 정부가 엄청난 자금을 투입해 도시 인프라를 정비하고 이를 기반으로 외국 투자기업의 진출을 유도한 것이다. 실제로 1980∼85년에 선전의 사회간접자본 건설을 위한 투자에서 외국자본은 20%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모두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투자, 각종 대출금과 정부재정융자가 차지했다. 1990년대 들어서 선전이 국제도시로서 어느 정도 기반을 갖춘 이후에야 중국 정부 및 금융기관 투자 비중은 급격히 줄어들기 시작했다. 기업이든 경제특구든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판단과 투자가 중요함을 보여준다.

현재 세계적으로 모두 850개 이상의 경제특구가 있다고 한다. 선진국은 물론 개발도상국에서도 다투어 경제특구를 만들어 도시 발전은 물론 국가 경쟁력 강화에 힘쓰는 판국이다. 송도국제도시가 선전과 같은 세계적인 국제도시로 발전할 것인가 아니면 850여 개 경제특구 중 하나인 그저 그런 무명(無名)의 경제특구로 남을 것인가는 바로 우리가 사는 지금 이 순간 결정된다. 중국의 성공이 부럽다면 우리도 외국 기업 및 외국인 투자를 유치할 수 있는 법과 제도적인 측면의 지원과 파격적이고 과감한 세제 혜택을 통해 송도국제도시가 성공하도록 뒷받침해야 한다. 위기일수록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박정동 인천대 중국학연구소장 현대중국학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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