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신연수]불황에도 잘나가는 기업

  • 입력 2009년 4월 9일 03시 01분


1930년대 대공황기의 ‘프록터 앤드 갬블(P&G)’은 상황이 나쁠 때도 경영을 잘하는 회사는 번창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원료나 기능 면에서 별 차이가 없는 비누를 갖고 창의적인 광고로 히트 제품(아이보리)을 만들어낸 것부터 그렇다.

철강 자동차 금융에 비해 생활용품 소비가 그다지 줄지 않은 덕을 보기도 했지만 P&G는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브랜드 마케팅’을 통해 소비자들의 마음을 파고들었다. 그 덕분에 공황기에도 미국 곳곳에 공장을 새로 지으며 승승장구했다. P&G뿐 아니다. 듀폰의 나일론이나 크래프트의 간편식도 대공황이 낳은 히트작이다.

최근 삼성경제연구소는 ‘불황기 지속성장 기업 3선(選)’이라는 보고서를 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불황에도 잘나가는 기업은 혁신력, 경쟁력, 리더십에서 공통점을 보인다. 과거의 제품이나 사업을 새로운 시각에서 해석해 성장의 한계를 돌파(혁신력)하고, 원가나 기술면에서 경쟁사가 단기간에 모방할 수 없는 탁월한 수준을 확보(경쟁력)하며, 혁신력과 경쟁력이 결집될 수 있도록 명확한 목표와 실행동기를 구성원들에게 부여(리더십)하는 것이 성공의 비결이라고 한다. 이런 대표 기업으로 꼽힌 월마트, IBM, 맥도널드는 많은 글로벌 기업이 적자에 허덕이던 지난해 4분기(10∼12월) 각각 3.5%, 16.4%, 17.7%의 순이익률을 보였다.

요즘처럼 상황이 복잡하고 어려운 때일수록 기본 원칙을 재점검하는 일도 중요하다. 기업은 고객이 원하는, 아니 때로는 고객 스스로도 알지 못하는 새로운 ‘가치’를 창출함으로써 성장을 하고 이윤을 낸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혁신하고, 실력을 갖추고, 임직원들을 한 방향으로 이끌어야 하는 것이다.

소비자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함으로써 성공한 사례는 많다. 숭늉 같은 아메리칸 커피가 주류이던 시절, 스타벅스는 맛있는 프리미엄 커피와 갓 볶은 커피 냄새 등 오감(五感)을 만족시키는 매장 설계로 성공을 거뒀다. 사우스웨스트 에어라인은 기내식을 없애고 공항 전달 체계를 바꿈으로써 항공료를 고속버스 요금 수준으로 낮춰 전 미국인의 항공이용 시대를 열었다.

글로벌 기업들이 원가 절감을 하려고 중국과 아프리카 등에 아웃소싱을 할 때 거꾸로 스페인 국내 원단과 공장을 이용해 ‘패스트 패션(fast fashion)’을 만든 자라(Zara), 컴퓨터 게임의 문외한들까지 끌어들여 온 가족 게임문화를 만들어낸 닌텐도도 ‘가치 창조’의 좋은 모델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7일 과거 경기침체에서 교훈을 얻은 기업들이 이번 불황에는 무조건 축소지향으로 가지 않고 적극적인 연구개발(R&D) 투자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R&D에 6조9907억 원을 사용하는 등 한국 기업도 불황을 기회로 반전시키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세계적인 금융위기로 촉발한 경제 불황은 언젠가는 끝날 것이다. 지독한 불황이 끝나고 나면 1위 기업이 100위 밖으로 밀려나기도 하고, 지금 우리가 알지 못하는 회사가 샛별처럼 떠오르기도 할 것이다.

경기침체가 끝난 뒤 살아남은 기업들은 줄어든 공급과 넘치는 수요, 쏟아지는 사업 기회로 잔치를 벌일 터…. 부디 더 많은 기업이 불황 후 파티에 동참하게 되기를 바란다.

신연수 산업부장 ys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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