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G20 ‘큰 합의’ 상호신뢰와 실천에 달렸다

  • 입력 2009년 4월 4일 02시 55분


어제 영국 런던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예상을 뛰어넘는 포괄적인 합의가 이뤄졌다. 국가별로 관심사가 달라 마찰이 우려됐지만 경기부양과 금융규제라는 두 핵심과제가 선언문에 모두 수용됐고 일부는 이행방안까지 마련됐다. ‘역사적인 합의’라는 평가도 뒤따랐다.

작년 말까지만 해도 주요 8개국(G8)이 국제경제 질서를 논의하는 자리에 아시아에서 일본만 참여했지만 이번 G20에선 아시아 국가들의 발언권이 높아졌다. 글로벌 경제위기 극복에 한국 중국 인도 등 신흥경제국의 협력이 절실해졌기 때문이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선진국과 개도국이 대등한 조건에서 참여한 첫 회의”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도 “국제협력의 새로운 시대로 들어섰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2조2000억 달러 이상으로 추산되는 금융기관의 부실자산 해소 대책은 이번에 마련되지 못했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IBRD)에 1조1000억 달러를 추가 출자하기로 해 자금난에 허덕이는 동유럽 국가들은 환영했지만 실제로 개도국에 돌아갈 몫이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각국이 내년까지 경기부양을 위해 5조 달러를 투입한다’는 합의는 구속력이 없고 이미 발표된 재정지출 계획 외에 추가 계획이 얼마인지도 불분명하다. 이번 선언도 회원국의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이행방안이 마련되고 실천 노력이 뒤따라야만 말잔치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한국은 이번에 보호무역주의 저지를 주장해 선언문에 관철시켰다. 작년 7월 중단된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 재개는 합의되지 못했지만 세계무역기구(WTO)가 회원국의 보호주의 정책을 분기별로 점검하는 감시 장치를 마련한 것은 큰 수확이다. 보호주의를 배격할 분야로 무역과 투자 외에 금융 부문을 추가한 것도 의미 있는 성과다. 한국은 내년에 G20 의장국이라는 좋은 기회를 살려 국제경제의 틀을 짜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의에서 부실채권 정리를 통한 외환위기 극복 경험을 소개했다. 하지만 과거의 성공이 지금 겪고 있는 실물 침체를 극복하는 보증수표가 될 수 없다. 4월 국회에서 28조9000억 원의 추가경정예산안이 처리돼 재정이 신속하게 집행돼야만 G20 합의를 제대로 실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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