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VS사장님]고지식하게 원칙고집…5년만에 매출10배

  • 입력 2009년 4월 3일 03시 02분


“변해야 산다” 가정집 → 주점으로 꾸며 대박

《비슷한 자리에서 비슷한 물건을 팔더라도 매출은 저마다 제각각이다. 이른바 ‘대박’이 나는 가게에는 품질관리와 서비스의 ‘원칙’에 충실해 성공한 ‘사장님’도 있고, 고객이 몰릴 수밖에 없는 ‘신선한 아이디어’로 승부한 ‘사장님’도 있다. 알고 보면 그리 어려운 일도, 새로운 일도 아니다. 무엇이 차이를 만드는 것일까. 이들 사장은 원칙을 꾸준히 실천에 옮기거나 아이디어를 현실화했다는 점이 남과 달랐다.》

‘BHC 시흥정왕점’ 서진수 - 박수연 씨 부부

경기 시흥시에서 치킨전문점인 ‘BHC 시흥정왕점’을 운영하는 서진수(44), 박수연 씨(39) 부부. 이들은 월 매출 600여만 원을 올리던 프랜차이즈 본사 꼴찌 매장을 인수해 만 5년 만에 월 매출 7000만 원의 1등 매장으로 만들었다. 남편 서 씨가 영업과 홍보를 전담하고 부인 박 씨는 주방을 책임지고 있다. 이들의 성공 요인은 ‘원칙’에 충실하자는 것. 배달 외식업의 기본인 ‘맛과 서비스, 홍보’에 충실한 것이 1등 매장의 비결이다.

생산직 직원이던 서 씨는 2002년부터 아이스크림 전문점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장사는 그럭저럭 됐지만 ‘대박’은 아니었다. 업종을 바꾸기로 하고 2004년 현재의 매장을 권리금을 포함해 9000만 원에 인수했다. 브랜드 인지도에 비해 매출이 낮아 운영만 잘하면 매출을 쉽게 끌어 올릴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처음에는 ‘앉아서 기다리는’ 아이스크림 매장의 판매 형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다 맛과 서비스, 홍보가 매출을 결정한다는 프랜차이즈 본사의 조언을 받아들여 영업 원칙을 새로 세웠다.

우선 최고의 맛을 지키기 위해 주문이 들어오기 전에는 닭을 튀기지 않았다. 주문과 함께 튀기기 시작해 바삭한 감촉을 유지했다. 튀기는 사람에 따라 맛이 바뀔 수도 있어 주방에서 닭을 튀기는 일은 부인 박 씨가 전담했다. 배달이 밀릴 때면 미리 준비해두자는 유혹이 생기기도 했지만 한결같은 맛을 위해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또 ‘퍼주기 마케팅’으로 단골 확보에 나섰다. 처음 주문한 손님에게는 2000원짜리 ‘콜팝 치킨’을 무료로 서비스했다. 부담이 적지 않았지만 ‘하루 이틀 하고 말 장사가 아니다’라는 생각에 꾸준히 서비스를 이어갔다.

매일 전단지 2000장씩을 돌리는 적극적인 홍보도 펼쳤다. 서 사장은 지난해까지는 직접 전단지를 돌렸고 지금은 대행업체를 통해 같은 수량의 전단지를 돌리고 있다. 이런 원칙을 꾸준히 지키자 창업 1년 만에 월 매출이 2500만 원으로 뛰었고 3년이 되던 해에는 매출이 4500만 원으로 올랐다. 현재는 월 매출 7000만 원에 순이익 2000만 원을 올리고 있다.

퓨전 주점 ‘꾼노리’ 운영 김금자 씨

김금자 씨(58)는 광주에서 룸 타입의 퓨전 주점 ‘꾼노리’를 운영하며 매월 1억2000만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2004년 새로운 아이디어로 문을 연 주점이 ‘대박’을 터뜨린 셈이다. 김 사장은 맥줏집, 커피숍 등을 20년 이상 경영한 ‘베테랑’ 자영업자다. 하지만 경험만을 믿고 현실에 안주하지는 않았다. 늘 새로운 변화를 추구했고 결국 성공을 이끌어냈다.

2004년까지 맥주전문점을 운영하던 김 사장은 과일과 튀김류로 안주 종류가 한정된 맥줏집의 메뉴로는 많은 손님을 끌어오기 어렵다는 생각을 했다. 맥주전문점은 탁 트인 공간에서 왁자지껄하게 술을 마시는 분위기여서 동료들끼리 오붓한 자리를 원하는 손님들은 만족시킬 수 없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룸 타입’의 주점이다. 2004년 6월 전남대 주변 주택가의 2층 가정집을 매입해 주점으로 꾸몄다. 손님들이 팀별로 각자의 방에서 마치 파티를 하듯 즐길 수 있도록 하자는 아이디어였다.

집값을 제외하고 구조를 바꾸고 인테리어를 하는 데만 2억5000만 원이 들었다. 안주 종류는 한식, 중식, 일식 등으로 다양화했고, 김 사장이 평소 알고 지내던 바텐더와 연구해 과일 칵테일 소주를 개발해 젊은 여성들을 공략했다. 처음 과일 칵테일 소주 무료 시식권을 넣은 전단을 1000장씩 돌린 홍보 전략도 주효했다. 반응이 좋아 손님이 몰렸다. 오후 5시부터 다음 날 오전 7시까지 문을 열어 일찍 문을 닫는 경쟁 업소 손님도 끌어들였다.

단골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다시 방문하는 손님에게는 새로 개발한 메뉴를 서비스로 제공했다. 요리의 레시피를 만들어 음식이 늘 같은 맛을 유지하도록 한 것도 성공의 한 요인이다. 음식 맛을 주방장의 솜씨에만 의존할 경우 그 주방장이 떠나면 손님도 떠나기 때문이었다. 김 사장은 점장을 채용해 주방, 카운터, 서비스 인력을 관리하고 있다. 서비스 정신이 투철하고 의욕적인 점장을 두는 것이 인력 관리와 영업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겠다는 판단에서다. 점장에게는 웬만한 대기업 사원 수준의 급여를 보장해 동기 부여를 했다.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 전문가 한마디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똑같은 행동을 하면서 결과가 바뀌기를 바라는 것은 미친 일”이라고 말했다. 성공하고 싶다면 실패의 경험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서진수 사장은 개업 초기에 이전 사업에서 했던 행동을 되풀이하다 어느 순간 마음을 바꿨다. 이 점이 성공의 전환점이 됐다. 가만히 앉아 있어서는 성공할 수 없다. 철저한 품질관리와 적극적인 홍보에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 결국 높은 매출을 올리게 됐다.

김금자 사장의 성공 비결은 고객의 요구를 파악하고 과감한 변화에 도전한 것이다. 맥줏집과 커피숍을 오랫동안 해왔지만 그 타성에 젖어 있지는 않았다. 오히려 새로운 아이디어로 낯선 사업에 과감하게 뛰어들어 성공을 이끌어냈다.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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