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세상/이학수]과학기술력이 국방력이다

  • 입력 2009년 4월 2일 02시 58분


언론보도에 따르면 북한의 미사일 발사 움직임과 관련해 미 해군이 이지스 구축함 2척을 동해에 파견했다고 한다. 일본도 이지스 구축함 2척을 동해 근해에 배치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이지스함은 어떤 함정일까.

현대 해전에서는 과거처럼 함포를 발사하는 전투를 하지 않고 주로 미사일을 발사하는 전투를 한다. 이지스함은 미사일을 발사해 공격해오는 적의 항공기나 군함, 잠수함, 적의 미사일을 명중시킨다. 이지스(Aegis)라는 말 자체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아테나 여신이 들고 있는 방패 이름에서 유래했듯이 이지스함은 방어용이다. 현대 첨단과학기술의 결정체여서 위력이 어마어마하다. 위상배열레이더를 이용하면 이지스함 1척이 1000개의 목표물을 동시에 추적하고 20여 개의 목표물을 동시에 공격할 수 있다. 또 명중률이 높은 스탠더드 미사일(SM)을 이용하여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는 탄도미사일을 격추하는 일이 가능하다.

첨단무기 개발은 국가의 과학기술 능력에 비례한다. 세계 강대국이 우리 해군의 능력을 인정하기 시작한 것은 우리가 이지스함을 건조했기 때문이다. 고성능 컴퓨터를 비롯하여 전체 기술 중 76%를 독자적 기술로 사용하여 세종대왕함을 건조한 저력을 높이 평가한 셈이다. 한국의 선박건조 기술력은 세계 정상이다. 이지스함을 건조하려면 정보통신과학 컴퓨터공학 전자공학이 종합된 무기체계공학이 뒷받침돼야 한다. 영국도 이지스함을 건조하려고 했지만 과학기술력이 지원되지 않아 포기했다고 한다.

역사를 되돌아보면 선조들이 과학기술을 해군력에 적용해 해양을 방어했음을 알 수 있다. 고려시대 최무선은 조정의 지원으로 양질의 화약을 생산하고 화통도감을 설립하여 화포를 제작한 뒤 함선에 장착했다. 최무선이 만든 화포는 성을 공격하기 위해 만든 서구 대포와 달리 처음부터 해전용으로 만들었다. 1380년 6월 왜구가 함선 500여 척을 동원하여 전라도 군산을 침략하자 최무선은 100척의 함선을 출동시켜 화포사격으로 왜선을 완파했다. 왜구 함선은 활의 사거리 바깥에서 날아오는 고려군의 화포 앞에 속수무책이었다. 3년 뒤 왜구들이 함선 120척으로 다시 침략해 왔으나 정지 장군이 함선 47척을 출동시킨 뒤 남해 관음포에서 역시 화포로 격퇴했다.

최무선과 정지가 지휘한 세계 최초의 화포(함포)해전은 임진왜란 때에 이순신에 의해 다시 원용된다. 일본이 국력을 총동원하여 조선을 침략했지만 이순신의 탁월한 전략 전술과 함께 견고한 판옥선과 거북선, 화포 덕택에 우리는 해전에서 연속적으로 승리할 수 있었다. 선박건조 기술과 화포, 화약제조 기술 등 당시 우위에 있던 과학기술을 해군력에 잘 적용시킨 결과이다. 당시에 우리도 조총제조 기술이 있었지만 주 무기로 채택하지 않은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세계 각국은 점점 해군을 중시하면서 해군력을 증강시킨다. 이지스함을 50척이나 보유한 미국은 예외로 하더라도 중국과 일본 또한 무서운 속도로 첨단과학기술을 해군력에 접목하면서 해군력을 강화한다. 우리도 해군력을 이용해 해상교통로를 확보하는 등 바다에서 국가이익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거듭 인식해야 한다. 혹자는 정밀공격에 필요한 군함이나 신예 항공기가 필요하면 수입하면 된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오산이다. 기초과학부터 첨단과학까지 저변을 확대하고 국가가 과학기술을 위한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않을 때 국방강국이 되지, 그렇지 않다면 항공모함이 있다 한들 운용할 수가 없어서 무용지물이 된다.

이학수 해군사관학교 군사전략학과 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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