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광우병 소가 발생하면서 수입조건 합의가 지연되고 있고, 합의에 이른다 해도 한국 국회 심의를 통과하기가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는 캐나다로서는 한국의 가축법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는 길을 택할 것이다. WTO 협정 위반 판결을 받아 가축법 자체를 다시 개정하게 하지 않고는 미국과 동등한 대우를 받아낼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WTO 패널 절차에서는 5년 수입 금지 조항만이 아니라 지난번 한미 쇠고기 추가협상을 통해 어렵게 합의한 양국 수출입업자 간의 자율규제(VER)도 제소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품질체계평가(QSA) 인증제도와 우리 정부에 의한 30개월령 이상 쇠고기의 반송 조치는 물론이고 수출입업자에 대한 정부의 직간접적 압력과 개입이 한꺼번에 국제소송의 도마에 오르는 셈이다. WTO 협정은 민간업자 간의 VER 합의라도 이를 정부가 독려(encourage)하거나 지원(support)하는 정책을 금지하고 있다. 그동안 캐나다는 한미 간의 VER가 특별히 캐나다에 불이익을 가져다주지는 않기에 가만히 있었다. 이제 미국과의 동등성을 요구하는 마당에 VER의 위법성도 함께 제기하여 한미 특혜합의체제 전반을 공격하려 할 것이다. 미국이나 캐나다와 같이 광우병위험 통제국 지위를 획득한 유럽 국가도 WTO 공동제소국으로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
불행하게도 우리의 방어논리는 빈약하다. “유사한 조건하에 있는 국가간 자의적 차별을 가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 WTO 위생검역협정 규정이 있기에 미국에만 특별대우를 부여한 내용을 정당화하기 어렵다. 미국산 쇠고기 VER를 위해 양국 정부가 개입한 정도는 독려나 지원의 수준을 이미 넘어버린 것이 사실이다.
우리가 패소 판정을 받으면 가축법상의 문제조항을 삭제할 의무가 생긴다. 그뿐만 아니라 한미 간의 QSA 인증제도를 철회해야 한다. 두 번에 걸친 추가협상 끝에 어렵게 이루어 놓은 한미 간 쇠고기 수입체제가 미국을 제외한 쇠고기 수출국의 집단 공격에 무너져 버린다. 또다시 가축법 재개정 이슈를 놓고 국회가 파행으로 치닫게 됨은 물론 촛불정국이 초래될 것이다. 정부가 이런 의무를 이행하지 못한다면 승소국은 우리의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 휴대전화 철강에 보복관세를 부과하게 된다. 가축법이 재개정되고 한미 추가합의가 무효화될 때까지 무역보복은 계속될 수 있다.
국제화 시대에 국제관계에 대한 엄밀한 검토 없이 국내 정치적 흥정의 대상으로 여야가 졸속 개정해 버린 국내법의 대가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다. 지금이라도 여야가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가축법을 단계적으로 재개정해야 한다. 아울러 30개월령 미만 캐나다 쇠고기에 대한 수입 재개 일정을 정하되 광우병이 재발해 안전위험이 조금이라도 발생하는 경우 우리가 검역주권을 확실히 행사할 수 있음을 명확히 해야 한다. 지난번 한미 협상 과정에서 범한 시행착오를 교훈 삼아 앞으로 캐나다나 유렵연합(EU)과 적극적으로 협상해 나가야 한다.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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