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수척해진 김정일 사진을 보며

  • 입력 2009년 3월 23일 02시 56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놀랄 만큼 수척해졌다. 북한 관영매체가 20일 공개한 그의 최근 사진을 보면 1월 23일 왕자루이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을 만났을 때보다 얼굴 목 복부의 살이 많이 빠지고 기력이 쇠해 보인다. 지난해 8월 뇌중풍으로 쓰러진 뒤 두 달 만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을 때도 손과 팔이 부자연스러워 보였지만 이번만큼 병색이 완연하진 않았다.

북한 매체들이 21일과 22일 공개한 행사 참석 사진 속의 김 위원장 역시 수척한 모습이다. 김 위원장 자신이 활발한 친정(親政) 움직임을 세계와 북한 내에 보여주고 싶어 하는 것 같다. 하지만 북의 급변사태가 빨리 올 수도 있겠다는 관측을 피하기 어려울 듯하다.

최근 북의 동향은 여러모로 심상치 않다. 내달 4∼8일로 예고된 자칭 ‘광명성 2호’ 인공위성 발사와 9일 최고인민회의 제12기 출범 등이 주시 대상이다. ‘인공위성’은 김정일 3기 체제의 출발을 알리는 대내 결속 및 대외 과시용이라는 관측이 우세하고, 김 위원장이 권력세습을 정당화하는 데 이용할 가능성도 있다. 북 매체들이 김형직 김일성 김정일의 ‘만경대 가문 3대’에 대한 선전을 부쩍 늘리고 있는 것도 그런 연유일 것이다. 그러나 김 위원장 아들에의 권력세습이 내부 권력투쟁으로 비화할 경우 한반도에 큰 불안요인이 된다.

북은 지금 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을 거부하면서 이명박 정부에 대해 강경하고 위협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언제 어떤 도발 책동을 벌일지 예측하기 어렵다. 남북 통신선을 한동안 일방적으로 끊고, 개성공단 통행을 막았다 열었다 하며 우리 정부와 기업들의 인내심을 시험하고 있다. 미국에 대해서도 식량 지원을 거부하고, 북-중(北-中) 국경지역을 취재하던 미국 국적 여기자 2명을 억류하는 등 좌충우돌하고 있다.

북은 국제사회의 원조식량을 군대로 보내거나 당원에게 팔아넘기며 많은 주민을 굶기고 있다. 주민들의 인내가 한계에 이르러 폭발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워 우리도 이에 대비해야 한다. 옛 소련과 동유럽의 붕괴, 독일 통일도 갑자기 찾아왔다. 김 위원장의 사진을 보며, 우리 국내의 결속과 만반의 대응 자세가 더욱 절실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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