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한민국 또 하나의 기회, 한-EU FTA

  • 입력 2009년 3월 17일 02시 57분


한국과 유럽연합(EU)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타결이 임박했다. 양측은 이달 하순 서울에서 열릴 제8차 협상에서 몇 가지 쟁점을 최종 조율한 뒤 4월 초 영국 런던에서 타결 선언을 할 가능성이 높다. EU는 중국에 이어 우리나라의 두 번째로 큰 교역 상대다. EU와의 FTA는 우리에게 미국과의 FTA 못지않게 의미가 크다.

한국과 EU는 자유무역 합의로 경제발전의 새로운 기회를 얻게 됐다. 한국은 5억 인구와 14조1900억 달러의 경제력을 지닌 EU 시장에 사실상 역내(域內) 국가와 동등한 자격으로 진출할 수 있게 된다. 더 많은 나라와의 FTA 협상에 탄력이 붙고 대외 신인도가 높아지는 효과도 기대된다. EU는 한국시장뿐 아니라 중국과 일본 진출 교두보를 확보하면서 국제무대에서 경제적 발언권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세계 곳곳에서 보호무역주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당장 경제사정이 어렵다고 각국이 경쟁적으로 빗장을 걸어 잠그면 공멸(共滅)을 가져올 뿐이다. 1929년 미국발(發) 세계 대공황 이후 확산된 보호무역주의가 세계경제를 나락에 빠뜨리고 일부 국가의 전체주의화를 부추기면서 제2차 세계대전의 원인이 된 역사를 잊어서는 안 된다. 한-EU FTA가 보호무역주의에 제동을 걸면서 국제통상 질서에서 자유무역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한-EU FTA는 한미 FTA의 의회 비준에 소극적 태도를 보이는 미국의 버락 오바마 행정부와 의회를 압박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미 정부와 의회는 한미 FTA를 원안(原案)대로 비준해 발효시키는 게 양국 경제는 물론, 세계경제를 위한 최선의 선택임을 인식해야 한다. 무역대표부(USTR)를 통해 재협상의 필요성을 흘리는 듯한 태도는 오바마 정부에 대한 한국 국민의 신뢰를 떨어뜨린다.

우리 국회도 미국의 움직임을 주시하되 더는 소모적 논쟁에 매달리지 말고 여야가 함께 비준 동의안 처리 및 관련 입법 준비에 나서야 한다. 정부도 대미(對美) 설득과 비준 및 후속작업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