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투데이]구조조정 태풍 앞둔 美, 사회적 합의만 남았다

  • 입력 2009년 3월 3일 02시 57분


뉴욕 증시가 3차 하락기에 접어들었다. 특히 지난주는 심리적인 지지선이었던 다우지수 8,000 선이 무너지고, 곰이 확실한 우세를 굳히는 데 성공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중 압권은 미국은행의 국유화 공방이었다.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공식적으로 부인했지만 시장 참가자들은 국유화 외에는 해법이 없다고 믿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국유화를 단기적인 악재로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인다. 비록 살기 위한 수술이라 하더라도 당장의 절개는 아프기 때문이다. 앞으로 우리는 씨티은행에 이어 뱅크오브아메리카(BoA), AIG 등 미국 은행과 보험사가 사실상 국유화되는 모습을 지켜보게 될 것이고, 그때마다 세계 주식시장도 크게 흔들릴 것이다. 다만 이런 조치는 오히려 문제해결의 본질에 한 발씩 다가서는 것이다.

금융회사뿐 아니다. 제너럴모터스(GM)와 크라이슬러 등 자동차 업체의 문제도 마찬가지다. 감당할 수 없는 변동비와 통제 불가능한 고정비 부담으로 인해, 미국 자동차 업계의 파산은 늦으면 늦을수록 그 피해만 커질 뿐이다. 이는 이미 한국의 외환위기 당시 기아자동차 사태의 전개과정에서 증명된 사실이기도 하다. 결국 자동차 업계의 문제도 금융회사처럼 GM 파산 후 기존 주주의 권리와 차입금에 대한 조정이 이루어지고, 크라이슬러와 합병 등이 이뤄지는 순간이 바로 해결의 출발이 될 것이다.

철강, 해운업계 등 다른 분야 역시 마찬가지다. 결국 미국은 과거 한국처럼 산업 전 분야에 걸친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거쳐 완전히 새로운 시스템으로 태어나는 것 말고 다른 해법은 없다.

사실 이는 대통령 당선 전의 버락 오바마 후보의 연설 곳곳에 배어 있는 원칙이기도 하다. 다만 오바마 정부는 서로의 이해가 첨예하게 부닥치는 혼돈의 초기보다는, 모두가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동의하는 시점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여전히 미국은 구조조정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것이다. 그 점에서 미국은 문제해결에 한 발씩 다가서고는 있지만 아직 핵심에 도달하지는 못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고, 증권이나 부동산 등 자산시장도 대형은행의 국유화, 자동차 업계의 파산, 기타 업종의 대대적 구조조정이 이루어지는 시기를 전후해서야 비로소 바닥을 이룰 것이다.

문제는 시점이다. 환자의 생사는 외과의사의 메스가 얼마나 신속하게 환부를 도려내느냐에 달려 있다. 통증이 두렵다고 환자가 수술을 기피하면 할수록 암세포는 점점 자라게 된다. 다만 한 가닥 희망은 오바마 대통령이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박경철 경제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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