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정래]스무살 전교조에 대한 걱정

  • 입력 2009년 3월 2일 03시 00분


금년으로 창립 20년을 맞는 전교조가 안팎으로 시련(?)을 겪고 있다. 안으로 민노총 간부에 의한 여교사 성추행 사건, 밖으로 서울시교육감 선거 불법지원, 학력평가 거부로 여러 비판을 받고 있다. 노무현 정부 시절 9만 명을 웃돌던 조합원이 최근 7만 명대로 감소했다고 한다(동아일보 2월 27일자 A12면). 가파른 감소 추세와 다른 교원단체의 가입회원 증가를 보면 전교조는 틀림없이 위기를 맞고 있다. 하지만 정작 전교조의 위기는 학부모와 일반인이 그간 품어왔던 교육적 우려와 이념적 의심을 표출한 데서 비롯된 것이다.

편향적 정치선동-억지 논리 계속

이념적인 측면에서 학부모와 일반인이 지니는 의심은 무엇보다도 전교조가 국가정체성을 부정하는 일에 앞장섰다는 데 기인한다. 사실 이러한 의심은 전교조 탄생 때부터 제기됐다. 일례로 창립 모체인 ‘교육실천연구회’가 ‘남조선민족해방전선(남민전)’과 연계했다는 사실은 이를 뒷받침한다. 물론 전교조가 합법화되지 못한 상황에서도 교육 부조리 척결 등으로 적지 않은 지지를 받은 적도 있다. 하지만 국가보안법 철폐, 미군 철수, 친북통일 교육, 빨치산 교육 등 민감한 정치 사안을 학생에게 일방적으로 주입한 것은 물론이고, 작년 온 나라를 들쑤셔 놓았던 미국산 쇠고기 파동에 전교조가 동원한 선동은 전교조에 대한 의심을 증폭시켰다. 더욱이 일방적인 정치편향으로 전교조 모태선언인 이른바 ‘5·10민주화선언문’에서 강령으로 채택한 정치적 중립을 뒤집는 자기모순까지 범했다.

전교조에 대한 교육적 우려는 매우 단순하고 조악한 주장을 펴는 데서 비롯된다. 우선 지나치게 단순한 평등 논리로 평준화를 고수하지만 평준화가 계층 간의 불평등을 조장한다는 사실은 애써 외면한다. 평준화가 평등교육을 실현한다면 서울 자치구별 우수대학 입학생의 현격한 차이는 나올 수 없다. 그리고 아이들의 학력평가 문제, 교원평가 및 학교평가 문제에 있어서 서열화나 줄 세우기라고 몰아붙인다. 그러면서 학력 신장 노력이 마치 인성교육을 해치는 듯이 주장한다.

학업성취를 재는 학력평가, 교원과 단위학교의 책무성을 묻는 교원평가와 학교평가는 교육의 매우 중요한 축을 차지한다. 이러한 일련의 교육평가를 외면하면 결과적으로 글로벌 사회에서 우리나라가 저급한 국가로 전락한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특히 최근 전교조의 학력평가 거부 운동은 많은 일반인과 학부모에게서 외면당하고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일본 교토(京都) 부, 오사카(大阪) 부 그리고 미에(三重) 현은 전교조에 상응하는 일교조(日敎組) 교사가 유독 많고 영향력이 매우 강하지만, 이 지역 일교조 교사들은 학력평가와 학교 선택의 폭을 넓히는 정책에 있어서 매우 우호적이라는 사실을 필자는 최근 현지에서 확인한 바 있다. 이유는 학력평가와 학교 선택 확대를 통해 저소득층 자녀에게 교육적 혜택이 더 돌아가며, 그것이 자신들의 주장과 일치한다는 점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교사의 책무’ 냉철히 되돌아 봐야

결론적으로 전교조는 편향적인 정치선동과 설득력 없는 주장을 이제 그만 접어두고 전문직으로서 교사의 책무성이 무엇인지를 냉철히 점검하여 자신들에게 주어진 우려와 의심을 불식해야 한다. 최근 시민단체가 연합하여 전교조 구호를 그대로 패러디한 ‘전교조 없는 아름다운 세상이 올 때까지 함께 싸워갑시다’라는 반전교조 구호를 내세우며 ‘전교조 교사 담임 거부 국민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전교조는 이러한 거부 운동이 왜 야기되었는가를 되돌아보고 이에 합당하고 설득력 있는 답을 내놓아야 스스로 자초한 위기를 모면하고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

김정래 부산교대 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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