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노사민정 합의, 勞使현장의 상생 노력이 열쇠다

  • 입력 2009년 2월 24일 02시 57분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노동자와 사용자, 민간, 정부 등 각 주체의 사회적 합의가 어제 도출됐다. 노사민정(勞使民政) 비상대책회의가 의결한 합의문은 “노동계는 임금동결 반납 또는 절감을 실천하고 경영계는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를 자제해 기존의 고용수준이 유지되도록 한다”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대책회의를 갖자고 제안한 지 한 달 만에 합의에 이른 것은 나름대로 의미 있는 성과다. 그만큼 경제위기감이 커졌음을 말해준다.

그렇지만 이번 합의가 실질적으로 보장해주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원칙과 방향만 정했을 뿐이다. ‘사업장 실정에 맞춰 일자리 나누기를 적극 실천한다’고 합의했듯이 실천이 뒤따르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노조가 ‘일자리 유지’ 합의를 이유로 기업엔 생사가 걸린 구조조정을 거부하거나 기업이 ‘임금동결’만 일방적으로 요구한다면 합의문은 상생(相生)은커녕 상쟁(相爭)의 불씨가 될 수도 있다.

실제로 합의 후 장석춘 한국노총 위원장은 “경영여건이 어려운 사업장에 한해”라는 조건을 달았고, 이수영 한국경총 회장은 “일자리 창출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양측 모두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해석한 것이다. 합의가 현장에서 실행되려면 얼마나 많은 노력이 있어야 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더욱이 대책회의에 불참한 민주노총은 합의문에 대해 “일자리 나누기는 없고 노동자 죽이기만 나열했다”면서 “재벌의 곳간을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이너스 성장과 마이너스 일자리 등 실물 침체를 최소화하려면 대기업 노조가 많이 속한 민주노총이 고통 분담에 동참해야 하는데도 이들은 기득권 지키기에만 급급해 상대방의 일방적인 양보만 요구하고 있다. 11년 전 외환위기 때 부실이 심각했던 대기업들이 국민 세금을 지원받아 구조조정을 거쳐 살아난 것을 벌써 잊었다.

네덜란드 노사정은 1982년 마이너스 성장 속에 대량 해고가 빚어지자 임금인상 억제와 일자리 창출을 내용으로 하는 ‘바세나 협약’에 합의했고 이를 실천해 성공을 거뒀다. 우리도 노사민정의 합의 정신을 살려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짜내고 현장에서 성과를 내야 한다. 그 첫걸음은 노사 고통 분담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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