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카페]삼성경제硏, 전망치 조정 근거 밝혔으면…

  • 입력 2009년 2월 13일 03시 03분


올 성장률 6%P 내린 이유 불분명

No라고 말할수있는 용기 지키길

‘모두가 예스(Yes)라고 할 때 혼자 노(No)라고 말할 수 있는 연구소.’

지난해 9월경 미국발(發) 금융위기의 여파로 국제유가가 폭락하자 삼성경제연구소는 재계에서 이런 호평을 받았습니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나드는 고공행진을 계속하던 같은 해 3월 “하반기(7∼12월) 중동산 두바이유 가격이 76달러대로 진정될 것”이라고 ‘남과 다른’ 전망을 했으니까요. 발표 당시에는 ‘너무 비현실적’이란 지적을 많이 받았지만 결국 ‘용기 있는 전망이었다’는 평가였습니다.

올해 초 이 연구소는 기자를 다시 한 번 감동시켰습니다. 1월 7일과 14일 각각 발표한 ‘2009년 해외 10대 트렌드’와 ‘2009년 국내 10대 트렌드’ 전망 보고서 때문입니다.

이들 보고서는 첫머리에 ‘2008년 트렌드 예측에 대한 평가’를 실어놓았더군요. ‘우리(삼성경제연구소)가 1년 전에는 이렇게 전망했는데 이건 맞았지만 저건 틀렸더라’고 자기고백을 한 것이죠.

보고서의 소비자로서 친절한 애프터서비스(AS)를 받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랬던 연구소가 11일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2.4%로 전망한 뒤 ‘웬 뒷북이냐’는 일각의 비판에 직면했습니다.

바로 전날인 10일 윤증현 신임 기획재정부 장관이 정부의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에서 ―2%로 크게 내린 직후 연구소도 지난해 11월 27일의 전망치(3.2%)를 무려 6%포인트 가까이 끌어내렸기 때문이죠.

연구소 측도 “준비해 온 보고서를 발표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하면서도 “정황상 ‘정부의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살 수 있다는 건 안다”고 곤혹스러워하더군요.

삼성경제연구소의 소비자로서 기자가 가장 아쉬운 것은 성장률 전망치의 폭락 이유가 충분히 설명돼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지난해 11월 보고서는 ‘경제상황이 악화되고 있다’고 했고 이번 11일 보고서는 같은 문장에 ‘급속히’라는 부사를 넣은 차이 정도밖에 못 느끼겠더군요.

보고서가 ‘3.2% 성장률 전망은 이런저런 이유로 잘못됐던 것 같다’는 반성으로 시작했다면 어땠을까요. 오히려 신뢰가 더 가지 않았을까요.

한국의 민간연구소를 대표하는 삼성경제연구소가 이번 일을 계기로 더욱 용기 있고 AS도 철저한 연구소로 발전하길 바랍니다. 물론 그 발전의 핵심 토대는 실력이겠지요.

부형권 산업부 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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