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 투데이]달러도 금도 아니다… 곡물을 눈여겨 보자

  • 입력 2009년 2월 10일 02시 59분


기축통화에 대한 논란이 뜨거워지면서 현재 유럽연합(EU) 중국 일본 등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기축통화란 미국의 로버트 트리핀 예일대 교수가 주창한 개념으로 국제결제 및 금융거래의 중심이 되는 화폐를 말한다. 기축통화의 지위는 역사적으로 발행국의 탐욕과 내부 모순으로 무너진다. 이를테면 최초의 기축통화였던 로마의 ‘데나리우스 은화’는 순도 90% 이상을 유지하는 것이 원칙이었지만, 나중에는 은의 함량이 고작 4% 수준에 머물 정도로 남발돼 가치에 종언을 고했다.

18세기 영국 은행에서 발행된 현재의 종이화폐는 일종의 무기명 약속어음과 같은 기능을 하는 것이었다. 약속어음은 언젠가 상환요구를 받을 때 돌려주어야 할 약속이 전제되어 있으므로, 발행국의 국가신용도가 하락하면 저절로 그 화폐의 가치가 하락하고 결국에는 기축통화국의 지위를 잃기 마련이다. 이때부터 화폐는 신용이 중요해졌다.

그 점에서 최근 달러의 가치평가는 절묘한 균형을 보인다. 대항마인 유럽의 경제가 악화되면서 유로에 비해서는 가치가 오히려 상승하고, 반면 조달통화로서는 약체인 엔화에 대해서는 약세를 보인 것이다.

이점은 위안화도 마찬가지다. 기축통화란 기본적으로 조달, 중개, 준비자산통화로서의 기능을 모두 가지고 있어야 하므로, 중국의 성장이 안정 궤도에 들어서고 중국이라는 국가의 안정성이 확인되는 시점까지는 기축통화로 떠오르기에는 아직 어려운 셈이다.

하지만 경제위기를 맞아 ‘데나리우스’처럼 마구 찍어내는 달러와 유로의 지위는 서서히 약해지고 엔, 위안 등이 그 틈새를 메우는 형태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현재 기축통화인 달러를 기본자산으로 움직이는 자산들의 가격 움직임은 어떻게 될까.

달러가치와 연동되는 금은 등의 귀금속, 원유 등의 에너지, 곡물과 같은 영역으로 구분해 본다면 이 중에서 금은의 경우 수요보다는 달러가치와의 연동성으로 인해 강세를 이어갈 수밖에 없지만 원유는 경기 영향을 받는 경기 민감형 상품며, 더욱이 유가가 하락할 때 산유국들의 카르텔이 오히려 약화되는 특성을 감안한다면 기본적으로 달러 약세가 곧 원유 강세라는 도식은 너무 일차원적이다.

곡물은 상황이 다르다. 곡물은 경기침체와 무관하게 일정한 소비가 유지되며 인구증가에 따라 필연적으로 소비량이 늘어난다. 그 때문에 달러가치의 하락과 최근 호주의 홍수, 중국의 가뭄 등을 고려할 경우 하반기 곡물가의 불안정성이 확대될 가능성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결국 이래저래 실물투자는 달러의 ‘데나리우스화’라는 기본적 추론만으로는 접근하기 어려운 것이다.

박경철 경제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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