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예산의 ‘實效性 있는 조기집행’에 행정력 집중해야

  • 입력 2009년 2월 9일 02시 59분


감사원이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예산 조기집행을 거들겠다고 나섰다. 700여 명의 전체 감사인력 중 150명을 동원해 대대적인 예산집행 감사를 벌이되 사후 지적보다는 사전 점검과 지원에 치중하겠다고 한다. 잘못을 지적하는 통상적인 감사로는 돈을 쓰게 하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컨설팅하듯이 도와주는 ‘견인감사’를 벌이겠다는 것이다.

경제를 떠받치기 위해선 예산 조기집행이 시급하나 정작 나랏돈을 쓰는 행정기관은 어려움을 호소한다. 일선에선 “전체 예산 중 인건비가 76%나 되는데 상반기 중에 60%의 예산을 집행하려고 인건비를 미리 줘야 하나” “하천공사를 상반기 안에 준공해 버리면 장마철에 바로 떠내려가 헛일이 돼 버린다” 같은 하소연이 쏟아진다. 그러나 자금을 받아야 할 국민과 기업은 정부가 주겠다고 약속한 것조차 아직 안 준다며 발을 동동 구른다. 결정이 늦어서도 아니고, 예산이 없어서도 아닌데 돈이 풀려야 할 곳에서는 효과를 못 보고 있는 것이다.

돈이 현장까지 신속하게 전달되지 않아 예산의 실제 집행률이 낮다는 데에 문제가 있다. 중앙정부의 국고에선 예산이 나갔다는데 현장에는 미처 도착하지 못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조기집행에만 급급할 뿐 현장 확인이 제대로 안 되고 있기 때문이다. 감사원은 잘잘못을 따지기 전에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 확인하고 해결책을 제시해 예산이 제대로 집행되도록 적극 도와야 한다.

과거 정부에서도 예산 조기집행이 추진됐지만 실효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노무현 정권 때인 2005년과 2007년에도 “상반기에 60% 이상 집행한다”고 했지만 숫자놀음이거나 전시용 눈속임에 불과했다. 정부의 능력 부족이라면 해결책을 찾아줘야 하고 노력이 모자란다면 독려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인력도 보충해줘야 한다. 장관부터 일선 담당자에 이르기까지 현장에서 발로 뛰지 않으면 안 된다. 다만, 예산 조기집행 분위기에 편승한 예산낭비와 위법 부당한 집행은 철저히 막아야 한다. 감사원이 일선 기관의 업무 추진을 되레 위축시키는 일도 없어야 함은 물론이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