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투데이]美배드뱅크설립위해 4조달러까지 쏟아부을까

  • 입력 2009년 2월 4일 03시 01분


미국의 금융 부실 문제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9월과 같이 대형 금융회사가 파산할 위험에 처한 것은 아니지만 금융회사의 부실 처리가 지속되는데도 가계나 기업에 대한 대출이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기준금리를 제로 수준까지 내린 데 이어 ‘양적 완화’ 정책을 선언했다. 이어 버락 오바마 정부가 8190억 달러에 달하는 경기부양 법안을 통과시켰음에도 금융시장은 좀처럼 안정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이제 미국 정부는 ‘배드뱅크’ 설립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배드뱅크는 부실자산을 전문적으로 매입하여 관리하고 처리하는 구조조정 전문기관이다. 각 은행이 단기간에 부실을 정리하고 ‘굿뱅크’로 거듭남으로써 금융지원을 활성화하면 금융시장이 정상화할 수 있다.

배드뱅크 설립만으로 금융시장의 신용 경색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지 회의적인 의견도 만만치 않다. 배드뱅크는 형식상 은행의 대차대조표 상에서 부실자산을 제거해주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각 은행은 부실자산 축소를 포함해 이미 전반적인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부실자산 제거와 함께 새로운 자본을 확충하지 못한다면 은행의 신규 자금 지원은 활발해지지 못할 것이다.

부실을 어떻게 산정할 것인지도 문제다. 미국은 과거 저축대부조합(S&L) 부실 당시 배드뱅크를 운영했던 경험이 있다. 그때는 주택담보대출같이 비교적 단순한 부문에서 부실이 발생했기 때문에 전체 부실 액수를 추정하기도 쉬웠고 처리 과정도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이번 금융 부실은 상황이 다르다. 가치 산정이 까다로운 파생상품에 부실의 상당 부분이 집중돼 있어 정확한 규모를 짐작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재원 마련이다. 이미 미국은 금융부실을 처리하기 위해 지난해 말까지 3500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투입했으며 올해도 3500억 달러를 추가로 지원할 예정이다.

오바마 정부의 경기부양 법안은 공화당 의원들의 거센 반대 속에 통과됐다. 배드뱅크로 금융권 부실을 최소화하려면 최소 1조 달러, 최대 4조 달러의 비용이 들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기존 구제금융의 최대 5배가 넘는 천문학적인 규모라 정치적 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배드뱅크 설립을 통한 금융시장 정상화까지는 과거와 달리 매우 험난한 과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효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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