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산책]최진영/도서관 ‘전자시스템’ 빈자리 놀려 답답

  • 입력 2009년 1월 31일 03시 00분


도서관에서 시험 공부에 집중하던 A 씨에게 갑자기 B 씨가 나타나 자신의 자리라고 주장한다. 자리에는 B 씨의 가방은 고사하고 책 한 권도 놓여있지 않았다. A 씨는 다른 자리를 찾아야 했다. 만성적으로 자리가 부족한 시험 기간에 자리 찾기는 힘들 것이다.

전자자리배정시스템이 만든 도서관의 새 풍경이다. 이 시스템은 책가방만 둔 채 하루 종일 자리를 차지하는 사석화(私席化)를 방지하기 위해 도입했다. 학생은 도서관 열람실 앞에 설치된 기계를 통해 자리를 배정받는다. 정해진 시간에만 이용할 수 있어서 정기적으로 연장하거나 재배정받아야 한다.

새 시스템은 새 문제점을 낳았다. 자리를 다시 배정받거나 연장해야 하는 시간은 4시간마다 찾아온다. 공부에 집중하다가 1분이라도 연장시간을 놓치면 자신의 자리는 기계에 공석(空席)으로 표시된다. 다른 학생이 기계에서 이 자리를 배정받는다.

비어 있는 좌석이 보이지만 기계에는 만석(滿席)으로 나타나는 상황도 생긴다. 공부를 마친 후 열람실을 나갈 때 자리를 반납하지 않으면 다른 학생이 사용할 수 없는 좌석으로 남는다. 배정받은 시간이 끝날 때까지 다른 학생은 이용할 수 없다. 타인을 배려해 자리를 사석화하지 않았다면 기계가 도입될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기계에 자리를 허락받으려 4시간마다 꼬박꼬박 연장하는 자신을 보면서 옛 방식이 그리울 때가 있다. 디지털 기계를 향해 한마디하고 싶다. 바보야, 문제는 빈자리야!

최진영 고려대 가정교육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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