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정홍식]美조달시장 공략, FTA가 열쇠다

  • 입력 2009년 1월 28일 02시 59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논의가 양국 간에 한창이다. 양국이 국내외적으로 당면한 경제상황을 고려할 때 시점이 문제이지 비준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 FTA가 비준될 경우 여러 분야에서 국익이 증진되도록 구체적인 전략과 방안 수립 그리고 지원책 마련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이다.

한국 기업은 FTA 합의 내용 중 거대한 규모의 미국 연방정부 조달시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연방정부는 한 해에 대략 4000억 달러(약 520조 원)라는 천문학적인 규모의 물품과 서비스를 구매한다. 한국 정부 조달 규모의 6배 이상이며 대미 수출 전체 액수의 7배에 이르는 액수이다.

한국은 미국과 같이 1996년부터 발효된 세계무역기구(WTO) 정부조달협정(GPA)의 39개 회원국 중 하나이다. WTO 정부조달협정에는 39개의 회원국이 정부 구매 시 적용하는 최저기준금액이 있다. 한미 FTA에서는 최저기준금액을 상당한 정도로 하향조정했다. 미 연방정부 조달시장에 한국 기업이 접근할 수 있는 범위가 상대적으로 훨씬 넓어졌음을 의미한다. 또 정부 구매 입찰 심사과정 시 기존에 요구하던 미국 본토 내 과거실적 요건을 폐지하여 조달시장의 진입장벽을 완화한 점이 최대 성과라 할 수 있다.

WTO 정부조달협정 체제 아래 최근에서야 한국이 미 연방정부의 5대 조달국에 들긴 했지만 공급 규모나 항목을 보면 아직 미진하고 제한적이다. 하지만 FTA가 발효되면 한국 기업은 다른 외국 기업보다 정부 구매 수주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체 조달분야와 각각의 비중을 살펴볼 때 우리가 세계적인 품질경쟁력을 보유한 분야가 많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정보통신, 자동차 선박 항공기 등 수송용 기기, 통신서비스, 건축건설, 전자제품이 대표적이다. 최근 원화가치의 하락으로 가격경쟁력 또한 높아졌다.

정부 조달은 특성상 구매자가 몇 개의 연방정부 기관으로 한정돼 집중적인 마케팅이 가능하다. 연방정부와의 계약 체결은 공급자의 대외 신인도를 향상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국내외 판매율 증가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할 수 있다. 정부 구매라 해서 최저가(最低價)만 고집하지 않고 양질의 물품과 서비스를 최적가(Best Value)에 구매하는 최근 경향은 공급자의 마진 제고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 요즘과 같은 세계적인 경기 침체기 때 커다란 매력임에 틀림없다. 또 정부기관 한 곳과 계약을 하면 다른 기관과의 계약 체결도 좀 더 용이하다.

연방정부의 조달항목 중 여전히 개방되지 않은 영역이 있기도 하고, 제도적 현실적인 여건상 진입 자체가 어렵거나 불가능한 부분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기업이 공략할 수 있는 정부조달 영역은 여전히 방대하다. FTA를 통해 공정경쟁이 가능하도록 규정 자체가 개정됐고 진입장벽이 완화된 점은 커다란 호재라 할 수 있다.

연방정부 조달시장의 성공적인 진입을 위해서는 관련 법제와 절차에 대한 포괄적인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 막대한 공적자금을 집행하는 만큼 투명한 조달 절차를 확보하기 위해 법제가 상당히 방대하고 복잡하다. 정부는 국내 기업이 연방정부 조달시장에 수월하게 접근하도록 좀 더 체계적인 지원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조달시장의 숨어 있는 진입장벽이 무엇인지 찾아내 장벽 제거를 위한 후속대책을 마련하고 미국 정부와 지속적인 협의를 해야 한다.

민간기업 차원에서는 정부조달시장 진입을 위한 품질·서비스의 경쟁력 제고와 아울러 시장 공략을 위한 효율적인 방안 및 전략을 수립해 장기적인 관점의 마케팅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조달시장 진입은 장시간의 노력이 필요한 만큼 미리 서둘러 준비한다면 후에 커다란 열매를 맺을 수 있으리라 본다.

정홍식 중앙대 법과대학 교수 미국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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