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충격적인 추락’ 10년 만에 닥친 마이너스 성장

  • 입력 2009년 1월 23일 02시 58분


작년 4분기(10∼12월)의 전년 동기 대비 경제성장률이 ―3.4%로 집계됐다. 작년 3분기에 비해서는 ―5.6%나 된다. 마이너스 성장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이후 처음이다. 수출과 제조업 성장률이 사상 최악으로 추락했고 민간소비와 설비투자 등 경제를 지탱하는 중추가 대부분 10년 만에 최악으로 위축된 탓이다.

마이너스 성장이란 우리 경제규모가 1년 전에 비해 축소됐다는 의미다. 그 결과에 환율요인까지 겹쳐 작년 1인당 소득은 1만8000달러 안팎으로 떨어졌다. 2만 달러 진입 1년 만에 1만 달러 시대로 되돌아간 셈이다.

40일 전 한국은행은 작년 4분기의 3분기 대비 성장률을 ―1.6%로 전망했다. 그런데 ―5.6%라는 결과가 나와 단기 예측마저도 얼마나 부정확했는지 여실히 드러났다. 이런 판국이니 올해 성장률 전망도 얼마나 큰 오차를 낼지 불안하다.

성장률 급락은 작년 하반기 미국 유럽 중국 등 글로벌 경기침체가 예상보다 빨라 우리 수출이 급감한 게 주요인이다. 세계가 마이너스 성장을 하는데 수출의존도가 유독 높은 한국만 잘나갈 수는 없다. 그렇더라도 정부가 성장률의 완만한 둔화를 예상하고 경기 대응에 소극적이었던 것은 문제다. ‘과감하고 선제적인’ 대응을 다짐했지만 말뿐이지 경제현장에선 온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올해도 경기의 바닥이 안 보인다. 급속히 위축된 경기가 하반기에라도 회복되려면 부양책이 제대로 효과를 내야 한다. 기업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투자를 꺼린다. 소득 감소, 소비 침체, 내수기업 경영 악화, 투자 부진의 악순환이 우려된다.

정부는 온갖 대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상당수가 먼 훗날 추진할 사업들이고 일부는 중복 발표됐다. 단기대책들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정책효과를 못 내고 있다. 작년 9월 이후 한은이 공급한 20조 원이 은행을 통해 기업으로 흘러가지 못하고 한은으로 역류하는 바람에 기업 자금난이 여전한 게 현실이다.

벼랑 끝 경제를 구출하려면 재정 금융 등 정책수단을 가진 정부부터 긴장해야 한다. 청와대 지하벙커에 ‘워룸(전시상황실)’을 차리면 뭘 하나. 그런 전시행정은 소용없다. 지금이라도 경기부양과 구조조정을 위한 다양한 실효적 수단을 짜내 과감하게 추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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