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조연순]국회의원 툭하면 폭력 학생들 배울까 겁난다

  • 입력 2009년 1월 12일 02시 58분


학교교육은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에 대해서 배우고 세상을 더 좋게 만들기 위해서 존재한다. 그러나 실생활과 연결시켜 주지 못하는 학교교육으로 인해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진출하고도 실제로 부닥치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초중고교를 거쳐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진출한 많은 신입사원은 학교에서 그런 내용은 배우지 않았다고 대답한다고 한다.

실생활 속에는 초중등학교는 물론 대학의 교육 내용이 모두 반영되어 있다. 우리가 아는 대부분의 지식은 세상에 일어나는 일에 대한 반복적인 관찰과 경험을 체계적으로 축적해 놓은 것이다. 우리는 학교에서 그러한 발견의 과정은 무시하고 결과로 얻은 지식만 다루기 때문에 교육과 실생활에 괴리가 생기게 된다. 어떻게 해서든지 교육 내용을 학생이 경험하는 실생활과 연결시켜 주는 것이 효과적인 교육 방법이다.

현재 일어나는, 언론 매체를 통해 집중적으로 보도되는 사회적 이슈는 이런 점에서 교육의 좋은 출발점이 된다. 지구 온난화 문제는 학교교육에서는 지구의 변화, 기후의 변화라는 자연과학적인 지식뿐만 아니라 인간생활의 변화라는 사회과학적인 지식을 배우고, 그를 통해 우리가 당면한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해결책을 세워봄으로써 창의적 문제해결력을 기를 수 있는 좋은 소재이다.

또 다른 이슈는 무엇인가? 경제 문제가 가장 큰 비중으로 다가오지만 우리 국민에게 최근 많이 알려지면서 우려를 자아낸 문제는 폭력국회이다. 국회는 민주주의의 상징이다. 민주주의의 이념과 특성은 초중고교 사회과의 내용 중 가장 큰 비중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래서 학교에서는 민주주의를 가르칠 때 모의국회를 열고, 국회에 직접 견학가기도 한다.

이처럼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국회, 온 국민이 지켜보고 이 나라의 어린 학생에게 민주주의를 가르치는 현장인 국회를 통해 학생들은 무엇을 배울 것인가? 교사가 현장문제를 다룰 때 국회에서 실제로 벌어졌던 폭력행위를 어떻게 소개하고 학생들에게 어떻게 이해를 시켜야 할 것인가? 정치는 원래 그렇다고, 정치인은 원래 그렇다고 말해야 하나? 선진국에서는 벌어지지 않지만 한국이라는 특수한 나라에서는 벌어질 수 있는 일이라고 가르쳐야 하나? 아무리 생각해 봐도 대답이 군색할 뿐이다.

폭력은 누구에게나 잠재해 있는 특성의 하나라서 직접 그 장면을 목격할 때 가장 잘 배울 수 있고, 다음으로는 영상적 폭력장면에 노출될 때 잘 배울 수 있다는 실험연구가 있다. 우리의 다음 세대에게 미칠 영향을 걱정하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국회의원들에게 있다면 어린 학생이, 자녀가 지켜보고 배운다는 점을 고려하여 제발 폭력적인 행동, 과격한 언행을 자제해 달라고 간청하고 싶다.

조연순 이화여대 초등교육과 교수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