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비상경제정부 깃발 걸고 일자리 숫자놀음하나

  • 입력 2009년 1월 6일 03시 00분


예산으로 29만 개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정부 대책은 속도가 늦고 숫자에 거품이 끼어 신뢰가 가지 않는다. 기존 일자리까지 주먹구구식으로 합쳐 놓았을 뿐 아니라 어느 현장에서 얼마나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것인지 구체성도 부족하다. 예산도 반영 안 된 대책들도 있다. 단기 아르바이트까지 포함시켰다고 하니 일자리를 ‘용돈벌이’쯤으로 생각한 모양이다.

4대 강 살리기 사업에서 6만3000개 일자리를 만든다고 하나 중장비를 쓰지 않고 삽과 곡괭이로만 한다면 몰라도 현실성이 떨어진다. 8만여 개나 된다는 청년인턴제는 준비가 부족하다. 이 중에는 중소기업 인턴 2만5000명이 포함돼 있으나 정작 중소기업들은 마땅히 시킬 일도 없고 인턴 임금을 줄 만한 자금도 부족하다. 가뜩이나 모자란 일자리 창출 예산은 부정 수급으로 줄줄 새는 형편이다. 폐업 위기에 몰린 자영업자를 돕는다는 대책은 법령 개정이 늦어져 하반기에도 실시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전대미문의 경제위기와 불황의 여파로 거의 전 업종에서 취업자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터에 실업대책이 이래서야 무슨 효과가 있겠는가. 지난해 11월까지 한 해 동안 제조업에서 5만6000명, 건설업에서 2만9000명의 취업자가 각각 줄었다. 자영업자도 8만3000명이나 감소했다. 올 1분기(1∼3월)부터 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 실업자는 더 쏟아져 나올 것이다. 100만 명에 가까운 실업자에다 취직을 포기한 백수와 불완전 취업자까지 합하면 거의 300만 명 이상이 사실상 실업 상태에 있게 된다.

노무현 정부는 2004년 청년실업이 급격히 늘자 5년간 일자리 200만 개를 만들겠다고 발표해 놓고 일자리가 되레 줄어들어 국민의 불신을 자초했다. 이 정부도 그런 실패를 되풀이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 비상경제정부라는 이름에 걸맞게 비상한 일자리 대책을 내놓고 집행 여부를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 대통령이라도 나서서 직접 챙겨야 한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