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십니까.
12월 31일 동아뉴스 스테이션 시작하겠습니다.
<국회에 등장한 각종 신무기>
(박제균 앵커)여야가 극한 대치를 하고 있습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을 상임위에 상정하는 과정에서 여야가 물리적으로 충돌하면서 공사장에서나 쓰는 해머와 전기톱까지 등장했는데요. 국회가 그야말로 공사판이 됐습니다.
(김현수 앵커) 오늘까지도 여야가 팽팽한 대치를 하고 있는데요. 국회에 출입하고 있는 박정훈 기자와 이 문제를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박앵커)박 기자. 여의도에서 왔지요? 먼저 현재 국회상황 좀 알려주시죠.
(박정훈기자) 네 국회는 지금 일촉즉발의 초긴장 상탭니다. 어제 여야 3당 원내대표가 마지막 협상을 했는데요.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한미 FTA와 미디어 관련법 등 쟁점 법안 처리와 범위를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협상이 최종 결렬됐습니다. 한나라당은 1월10일까지로 예정돼 있는 임시국회 회기 중에 85개 쟁점 법안을 국회의장 직권상정을 통해 처리하겠다는 입장인데요. 그렇게 되면 여야간에 한바탕 몸싸움이 불가피해 진 것이죠.
현재 민주당은 직권상정을 막기 위해 본회의장을 6일째 점거하고 있습니다. 민주당은 본회의 출입문을 쇠사슬과 집기를 이용해 모두 봉쇄했고 소속 의원 70여명의 몸을 밧줄로 묶어 경호권 발동에도 대비하고 있습니다.
(김앵커) 밧줄까지 등장했군요. 이번 국회 폭력 사태에서 각종 연장이 등장해 이만섭 전 국회의장이 “헌정 사상 그렇게 심한 육박전은 처음봤다”고 말했는데요. 각종 어떤 연장들이 등장한 것인가요.
(박기자) 네, 지난 18일 한나라당이 국회 외교통일통상위원회에 한미FTA 비준동의안 상정을 강행하는 과정에서 최악의 폭력사태가 빚어졌습니다. 박진 위원장이 질서유지권을 발동한 상태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이 야당 당직자와 보좌진의 출입을 막기 위해 회의장 문을 안에서 걸어 잠갔는데요. 민주당과 민노당 당직자들이 이 문을 부수는 과정에서 공구 들이 등장한 것입니다. 주로 공사장에서 쓰는 것으로 해머, 정, 전기톱, 쇠지렛대가 사용됐습니다.
(박앵커) 여야가 서로 밀고 당기는 몸싸움은 일은 자주 있었지만 이런 ‘무기급’ 연장이 동원된 것은 아주 드문 일입니다. 그런 도구들이 어떻게 사용된 것인가요.
(박기자) 네, 야당 당직자들은 우선 해머와 정으로 회의장 문고리를 부쉈습니다. 그런 다음 문틈으로 속칭 빠루라고 불리는 쇠지렛데를 집어넣어 한쪽 문을 뜯어낸 것이죠. 그런데 국회 경위와 한나라당 당직자들이 책상과 의자로 바리케이드를 쌓아 진입이 불가능하자 이번에는 해머로 집기들을 내리치고 전기톱으로 잘라냈습니다. 회의장 안쪽에서는 계속 집기를 쌓아올리면서 방어선을 구축했구요. 그러자 야당 당직자들은 소화용 호스를 끌어와 집기 틈새로 난 구멍에 넣고 물을 뿌렸고 이에 맞서 경위들은 바깥쪽으로 소화기를 분사해 회의장 주변이 난장판으로 변한 것이죠. 결국 상임위는 개회 3분 만에 한미 FTA 상정을 마쳐 난투극이 정리됐습니다.
(김앵커) 전쟁이나 다름없군요. 그런데 그런 연장들은 평상시 국회에서 사용되는 것들인가요.
(박기자) 아닙니다. 국회 사무처는 이런 연장들을 국회에서 사용하지 않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문제는 야당이 이런 연장들을 어떻게 가져왔느냐는 것인데요. 야당 측은 반입 경로에 대해 함구하고 있습니다만 한나라당에서는 야당이 태극기 보관함에 연장들을 몰래 넣어 의사당으로 들여온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국회 사무처는 민주당 문학진 민노당 이정희 의원과 양당 보좌관 다섯 명을 24일 서울남부지검에 고발했습니다. 문 의원은 해머로 회의장 문을 수차례 내리쳤구요, 이 의원은 상임위 회의장에 있던 한나라당 의원 명패를 바닥에 내던져 깨뜨린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보좌진 5명은 특수공무집행방해와 집단폭행 혐의로 고발됐습니다. 검찰은 도구들이 불법적으로 국회에 반입된 경로에 대해서도 수사를 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박앵커) 국회의원이나 보좌진들이 국회 내 폭력 사건으로 처벌받은 전례가 있나요?
(박기자) 99년에 한나라당이 당시 안기부 직원들이 상주하던 국회 본청 529호의 문을 손망치로 부수고 들어간 일이 있는데요. 이때 손잡이를 부순 한나라당 당직자가 고발돼 구속영장이 청구되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12월에도 BBK특검법 처리 문제를 놓고 여야가 대치하는 과정에서 전기톱이 등장하기도 했지만 관련자가 처벌되지는 않았습니다. 이번에는 국회의장과 사무처가 반드시 관련자를 처벌한다는 방침이어서 그 결과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국회 사무처는 이와 함께 불법 무기가 국회로 반입되지 않도록 국회 경비를 강화하고 폭력사태가 발생할 경우 처벌을 강화하는 방안도 마련하고 있습니다.
(김앵커) 난투극 장면이 외신을 통해 보도되면서 대한민국 국회가 국격을 떨어뜨렸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데요. 국회가 어쩌다 이 지경까지 간 것인가요.
(박기자) 네, 18대 국회는 개원 이전부터 상임위원장 배분 문제로 다투기 시작해 개원이 82일이나 미뤄졌습니다. 9월에는 미국발 금융위기로 국내 경제가 위기 상황에 빠져 있을 때도 싸움을 멈추지 않았죠. 경제부처 장관들은 국회에서 벌어지는 정쟁 탓에 업무일의 절반가량을 국회에 불려나오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한나라당이 연내에 각종 쟁점법안을 처리하겠다고 하면서 여야간의 대치가 극한 상황으로 치달았고/ 결국 한미 FTA 상정 과정에서 폭발한 것입니다.
(박앵커) 18대 국회 첫해를 싸움질로 보냈군요. 네, 국회가 빨리 정상화 돼서 경제위기를 돌파하는데 힘을 보탰으면 하는 마음 간절합니다. 지금까지 박정훈 기자와 국회 상황을 알아봤습니다.(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