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정종수]‘나이보다 능력’ 실버구직자에 관심을

  • 입력 2008년 11월 28일 02시 59분


젊은이의 취업 문제만큼 관심을 끌지 못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소리 없는 취업전쟁이 치러지고 있다. 바로 머리 희끗희끗한 고령 인력의 취업경쟁이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501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10%를 넘어섰다. 14%가 넘으면 고령사회라고 하는데 2018년이면 우리나라도 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퇴직 후 짧게는 20년, 길게는 30년을 더 살아야 하는 시대가 됐다. 노년기에 인생의 두 번째 직업을 갖는 것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됐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이 무색할 만큼 요즘 노인은 신체적 정신적으로 젊다. 무엇보다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한 열정이 강하고 창조적인 일에 도전하고 싶어 한다. 정보기술(IT) 업종에 종사하기 위해 컴퓨터를 배우고 젊은 시절 꿈이었던 실버모델을 하기 위해 전문교육을 받는다. 이들이 교육받는 현장에 가보면 진지함이 젊은이 못지않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얼마 전 부산에서 열린 노인일자리박람회에 수천 명의 고령 인력이 시작 전부터 몰려들어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서울에서 열린 2008 실버취업박람회에도 이틀간 2만여 명의 고령자가 참여해 취업에 대한 뜨거운 관심과 열망을 보여줬다.

아직까지 우리 사회는 고령자의 전문성과 경험을 살릴 말한 일자리를 많이 갖추지 못한 탓에 특별한 기술을 요하지 않는 단순노무직에 종사하는 고령층의 비율이 높다. 젊은층은 더 좋은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자발적 백수로 지내는 비율이 꽤 높은 데 비해 고령층은 선택할 수 있는 일자리가 별로 없는 실정이다. 물론 고령자 일자리 창출과 관련한 사회적 인프라 부족이 문제겠지만 사회적으로 고령자가 일을 한다는 것, 더군다나 기업체에 소속돼 일을 한다는 데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많은 점도 문제이다.

정부는 이런 문제점을 인식하고 2006년부터 ‘나이보다 능력이 우선이다’라는 슬로건하에 워킹육공플러스(Working60+)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60세 이후에도 활발하게 일을 하자는 의미로 나이에 따른 차별 없이 누구나 평등하게 일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자는 내용의 범국민운동이다.

시행 초기단계여서 아직 캠페인이 널리 확산되지 못했지만 고령자고용촉진장려금, 임금피크제 보전수당 등의 지원제도를 비롯한 사회적 인프라를 구축하면서 캠페인을 적극적으로 확산해 활력 있는 고령사회가 실현되도록 지속적으로 준비할 것이다.

국가적 과제인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와 관심이 중요하다. 특히 대기업에서 먼저 고령자 일자리 개발에 관심을 갖고 그들의 경륜과 능력을 적극 활용해나간다면 기업의 사회적 책무 이행은 물론 생산성 향상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능력이 있음에도 단순히 나이 때문에 이를 펼칠 기회가 없다면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 큰 손실이다. 일할 능력만 있으면 나이에 상관없이 일할 수 있는 사회, 이것이 고령화시대를 대비해 우리 모두가 나아가야 할 길이다.

정종수 노동부 차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