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위헌 법률 깔고 앉은 국회, 입법부 자격 없다

  • 입력 2008년 11월 18일 02시 59분


헌법 제40조는 ‘입법권은 국회에 속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입법행위는 국회의 권리이자 국민이 부과한 의무다. 국회는 입법(立法)으로 법치(法治)의 근간을 바로 세워야 할 책무가 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여의도 의사당엔 부실 입법을 양산하고, 심지어 당리당략에 따라 위헌 소지가 다분한 법까지 제정하는 풍조가 만연됐다. 헌법재판소의 위헌심판 통계를 보면 우리 국회가 과연 입법부로 불릴 자격이 있나 싶을 정도다.

1988년 헌재가 설립된 이후 올해 10월 말까지 총 1만5937건의 위헌심판 청구 사건을 처리했는데 이 중 헌법에 위반(위헌 또는 헌법불합치)된다고 결정을 내린 법 조항이 모두 291개나 된다. 최고 규범인 헌법에 맞지 않는 법률을 양산한 것도 문제지만 헌법 위반 판정을 받고도 아직 바로잡지 않은 법령이 44개(위헌 23개, 헌법불합치 21개)나 된다. 국회의 직무유기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국회 관계자는 “위헌조항은 헌재 결정과 함께 효력을 상실하므로 고치지 않아도 별 문제가 없고, 헌법불합치 조항은 헌재가 정해준 기간에 개폐만 하면 된다”고 설명하지만 그야말로 법을 우습게 아는 행태다. 검찰의 구속영장 집행을 몸으로 막은 김민석 민주당 최고위원이나 일부 정치인을 제외하고 일반 국민이 법원의 판결을 무시한 경우를 본 적이 있는가.

헌법불합치 결정은 위헌인 법률의 효력을 갑자기 정지시킬 경우 초래될 혼란을 막기 위해 ‘언제까지 법을 개정하라’고 유예기간을 주는 제도다. 늦게 고치면 늦게 고칠수록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의사와 한의사 면허를 동시에 갖고 있어도 병원은 하나밖에 세울 수 없도록 규정한 의료법 조항만 해도 평등권 위배로 헌법불합치 판정을 받은 지 1년이 다 돼 간다. 그런데도 아직도 개정작업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학교용지 매입비용은 아파트 입주자들이 내야 한다는 위헌 법(학교용지부담금법) 때문에 그동안 25만여 명의 입주자가 내지 않아도 될 돈 4500여억 원을 납부하기도 했다. 13일 위헌 및 헌법불합치 판정을 받은 종합부동산세법도 마찬가지다. 여당은 개정 방향을 놓고 갈팡질팡하고 있고, 야당은 헌재 결정 자체에 반발하고 있어 대체 언제 개정이 될지 알 수 없다. 이래서는 법치도 못 세우고, 민생도 못 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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