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직불금 문제는 감사 경위에 대한 내부 감찰조사가 진행 중이고, 국회도 다음 달 10일부터 국정조사에 착수한다. 그 결과에 따라 감사원이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의 정치적 압력에 굴복해 감사 결과를 고의로 은폐했는지 여부가 드러날 것이다. 감사위원 및 간부들의 교체 여부도 그에 따라 결정이 날 것으로 보인다. 은폐한 게 사실이라면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책임을 물어야겠지만, 김황식 감사원장은 감사원의 독립성과 전문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감사원은 국가 세입·세출의 결산검사는 물론이고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 등의 회계감사와 직무감찰을 담당하는 기관이다. 감사위원과 고위 간부들은 특정 분야의 업무를 담당하는 일반 행정부처 공직자들과 달리 국정 전반에 걸쳐 시시비비(是是非非)를 가리고 세금의 낭비를 찾아낼 줄 아는 고도의 전문성과 판단력을 가져야 한다. 사의를 표명한 12명 중 9명은 20∼30년간 과장, 국장을 거치며 이런 훈련을 받은 ‘감사 맨’들이다. 인적 쇄신이 불가피하더라도 옥석(玉石)을 구분해야 하는 이유다.
더구나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공직사회 및 공공부문의 모럴해저드를 바로잡아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높여야 할 시점이다. 만에 하나 감사원까지 정치 바람에 휩쓸려 고유의 기능을 상실한다면 정말 믿을 곳이 없어진다. 일각에서는 “이명박 정부 출범 후 임명된 감사위원은 서울고검 검사 출신인 박성득 위원 1명뿐”이라며 정권 교체와 연관지어 감사원의 인적 쇄신을 주장한다. 그러나 쇄신을 하더라도 감사원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약화시키는 사태로 치달아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