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감사원의 전문성이 약화돼선 안 된다

  • 입력 2008년 10월 30일 02시 59분


국가 최고 사정(司正)기관인 감사원의 감사위원 6명(감사원장 제외)과 1급 이상 고위 간부 6명이 지난 주말 집단 사의를 표명했다. 알려진 이유는 지난해 실시된 쌀 직불금 부정지급 실태에 관한 감사를 둘러싸고 여러 가지 정치적 의혹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헌법에 임기(4년)가 보장된 감사위원들이 일괄 사의를 표명한 것은 김영삼 정부 출범 초기인 1993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감사원으로서는 최대 위기가 아닐 수 없다.

쌀 직불금 문제는 감사 경위에 대한 내부 감찰조사가 진행 중이고, 국회도 다음 달 10일부터 국정조사에 착수한다. 그 결과에 따라 감사원이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의 정치적 압력에 굴복해 감사 결과를 고의로 은폐했는지 여부가 드러날 것이다. 감사위원 및 간부들의 교체 여부도 그에 따라 결정이 날 것으로 보인다. 은폐한 게 사실이라면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책임을 물어야겠지만, 김황식 감사원장은 감사원의 독립성과 전문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감사원은 국가 세입·세출의 결산검사는 물론이고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 등의 회계감사와 직무감찰을 담당하는 기관이다. 감사위원과 고위 간부들은 특정 분야의 업무를 담당하는 일반 행정부처 공직자들과 달리 국정 전반에 걸쳐 시시비비(是是非非)를 가리고 세금의 낭비를 찾아낼 줄 아는 고도의 전문성과 판단력을 가져야 한다. 사의를 표명한 12명 중 9명은 20∼30년간 과장, 국장을 거치며 이런 훈련을 받은 ‘감사 맨’들이다. 인적 쇄신이 불가피하더라도 옥석(玉石)을 구분해야 하는 이유다.

더구나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공직사회 및 공공부문의 모럴해저드를 바로잡아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높여야 할 시점이다. 만에 하나 감사원까지 정치 바람에 휩쓸려 고유의 기능을 상실한다면 정말 믿을 곳이 없어진다. 일각에서는 “이명박 정부 출범 후 임명된 감사위원은 서울고검 검사 출신인 박성득 위원 1명뿐”이라며 정권 교체와 연관지어 감사원의 인적 쇄신을 주장한다. 그러나 쇄신을 하더라도 감사원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약화시키는 사태로 치달아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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