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부와 불교계 不和, 그리고 수습과정을 보며

  • 입력 2008년 9월 10일 02시 56분


이명박 대통령이 어제 국무회의에서 “일부 공직자가 종교편향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언행을 해 불교계가 마음을 상하게 된 것을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어청수 경찰청장에게는 조계종 총무원장에 대한 ‘검문 결례’를 사과하라고 지시했다. 국가공무원 복무규정에는 ‘종교편향활동 금지’가 명문화됐다.

불교계는 어 경찰청장 경질과 공무원의 종교편향활동 금지 입법, 조계사에서 농성 중인 불법 촛불시위 주동자 수배 해제까지 요구하지만 대통령 사과와 공무원 복무규정 개정 선에서 대승적(大乘的)으로 갈등을 종식했으면 한다. 일부 공직자의 문제가 정부와 불교계 간 갈등, 나아가 종교 간 불화로 확대되는 것은 불교계 역시 원치 않으리라고 우리는 믿는다. 반성의 기색조차 없는 장기간의 불법 폭력시위 주동자들에 대한 수배 해제는 법치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정부는 종교편향 논란의 전 과정을 되돌아보며 깨닫는 바가 있어야 한다. 이 대통령은 서울시장 시절 “서울시를 하나님께 봉헌한다”는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이 정부 조각과 첫 인사 때부터 특정 교회 인맥 얘기가 나왔고, 이후에도 기독교 편향 또는 불교 폄훼로 의심받을 만한 일들이 적지 않았다.

하나하나 따져보면 이 대통령의 신앙과 직결시킬 수 없는 일들이라 하더라도 오해의 소지는 있었다. 전국경찰복음화대성회 홍보 포스터에 경찰청장 사진이 실린 것은 처음이 아니고 노무현 정부 때도 있었던 일이다. 하지만 대통령과 청와대 그리고 각 부처가 불교계를 역지사지(易地思之)하며 갈등을 예측 예방했어야 했다. 이런 안목과 정치적 상상력 및 실행력은 리더십의 요체(要諦) 가운데 하나요, 성공하는 정부의 조건이기도 하다. 정권 초기의 인사 파동도, 쇠고기 파문도 결국 이런 능력이 부족했기에 비롯된 것이다.

민주당도 정부와 불교계의 불화를 정부 흔들기의 호재로 삼으려는 행태를 버려야 한다. 아무리 야당이 됐다지만 집권 시절 숱한 갈등을 양산한 것도 모자라 새로운 갈등을 은근히 즐기며 불난 집에서 튀밥 주워 먹으려 해서야 국민의 호응을 얻을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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