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이만우]문화포용이 글로벌기업 만든다

  • 입력 2008년 9월 9일 02시 56분


자유무역 기조의 확산으로 경제의 글로벌화가 급진전되면서 기업의 해외투자가 급증하고 있다. 세계 각국은 외국 기업이 만드는 일자리의 가치를 높이 평가해 투자유치를 위한 조세제도와 행정서비스 개선에 매진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고임금, 고지가, 노사불안, 과잉규제 등의 이유로 제조업의 해외 이탈이 급증한 데 비해 외국 기업의 국내 투자는 극히 부진해 고용사정 악화로 ‘백수 백만 시대’의 참상이 계속되고 있다.

他문화 이해부족 투자부진 불러

외국 기업의 국내 투자 부진은 국내 기업의 해외 이탈 요인과 동일한 경제 환경 이외에도 외국 문화에 대한 이해와 관용 부족으로 인한 낮은 글로벌화 수준도 원인이 됐다. 또 단순히 지분투자만 하고 단기 이익을 챙겨 떠나는 타이거 펀드, 소버린, 론스타와 실제로 설비투자와 고용을 책임지는 건전한 투자를 혼동한 반(反)외자 정서도 문제였다.

자동차산업의 구조조정에 참여한 르노삼성과 GM대우는 거액의 자금을 투입하고 책임경영을 통해 부실기업을 살려내 국내 자동차시장 경쟁촉진과 해외수출로 우리 경제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이는 과거 분식회계의 노출로 과도하게 하락한 주식을 번개처럼 매집해 경영권 위협을 통해 주가를 띄워서 대박을 챙기고 떠난 소버린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단기거래차익과 조세회피를 목적으로 사업장도 없이 돈뭉치만 움직이는 헤지 펀드와는 달리 국내에서 실제로 사업을 운영하는 외국 기업의 투자와 고용실적은 국민 모두 알 수 있도록 홍보해야 한다.

외국 기업의 국내 투자 촉진을 위해서는 글로벌화 수준을 높이고 사업 인허가 관련 정부규제, 고용의 유연성을 제약하는 노동법규, 취약한 재산권 보호를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개선해야 한다. 특히 외국인 경영자나 기술자의 국내 거주를 위해 학교와 병원 및 주거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국민의식에 잠재하고 있는 ‘기왕이면 국산품’이란 생각은 당장은 국내 기업에 도움이 되겠지만 경쟁력 제고의 동기를 저하시켜 장기적으로는 해독이 될 수 있다.

우리 기업의 해외 진출은 국내 고용 측면에서는 부정적이지만 소중한 외화를 벌어들이는 기업 본연의 활동이다. 해외로 진출하려면 먼저 철저한 사전조사를 수행해야 하고 해당 지역의 언어에 익숙한 인력을 확보해야 한다.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수립하고 현지에서 중요한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도록 일본 기업과 같이 주재원의 장기근무 관행을 정착시켜야 한다. 관리자 승인 중심의 수직적 조직은 글로벌화에 부적합한 것으로서 담당자가 실질적으로 업무를 책임지는 수평적 조직을 정착시켜야 한다.

각국의 종교와 문화 및 소비자행태도 철저히 분석해야 한다. 유통업의 선도자인 월마트와 카르푸의 국내 진출 실패도 백화점식 한국형 할인점과는 달리 창고형 매장을 고수함으로써 한국문화와 소비자 트렌드를 제대로 읽지 못한 것에 원인이 있다.

철저한 현지화가 글로벌 경쟁력

기업 관련 규제의 글로벌화도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유럽연합(EU)이 2005년부터 채택한 국제 회계기준을 우리나라는 2011년까지 전면 도입하기로 했으며 일본과 미국도 조만간 도입할 계획을 밝히고 있다. 회계의 글로벌화는 조세제도에도 영향을 미쳐 전반적인 법인세율 인하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노동 및 환경규제의 통합도 가속될 것이다.

우리 정부가 추진하는 세율 인하, 녹색성장 및 노사협력은 글로벌화 수준을 높이는 올바른 방향이다. 제1차 석유파동의 위기를 중동 건설 진출로 돌파했던 지혜를 다시 살려 글로벌화 수준을 높여 외국 기업의 국내투자를 늘리고 우리 기업의 해외투자 효율성을 제고해 우리 경제의 성장 동력을 되살려야 한다.

이만우 고려대 교수·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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