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무사, 李국방에 “감찰필요” 보고

  • 입력 2008년 9월 1일 02시 59분


軍침투 간첩 용의자 50여명 관련

군수뇌 긴급회의 전날… 본보 보도 숫자와 일치

탈북위장 여간첩 원정화 사건과 관련해 국군기무사령부가 이상희 국방부 장관에게 “군 침투 간첩 용의자가 50여 명에 이르고 이들에 대한 감찰이 요구된다”고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달 30일자 A1면 참조 ▶“軍 침투 간첩용의자 50여명”

31일 복수의 군 소식통에 따르면 기무사는 여간첩 사건의 후속 대책을 논의하기 위한 군 수뇌부 긴급회의가 열리기 전날인 지난달 27일 이 장관에게 이 같은 내용을 뼈대로 한 군내 방첩활동 실태를 보고했다.

기무사 보고에 포함된 간첩 용의자 수는 본보 보도를 통해 공개된 군 당국의 방첩 관련 메모에 적힌 내용과 그대로 일치한다.

기무사는 또 군내 침투한 간첩 용의자를 50여 명으로 파악한 근거에 대해 “평소 북한 체제를 선전하는 등 친북 발언을 한 거동 수상자 및 탈북자와 접촉한 인물의 정보를 취합한 것”이라며 “(간첩 용의자들에 대해) 현재 내사 단계는 아니지만 감찰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이 장관에게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방부는 기무사의 보고 내용을 국가정보원과 경찰 등 관계기관에도 알리는 한편 군내 불순세력의 이적활동에 대해 대대적인 감찰과 내사 활동에 착수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국방부는 군 당국이 파악한 군내 침투 간첩용의자가 50여 명이고 군내 간첩 색출을 위해 100여 건이 내사 중이라는 사실이 본보 보도로 공개된 데 대해 사실 여부를 확인해줄 수 없다며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국방부 관계자는 31일 “언론에 공개된 메모의 ‘간첩 용의자’라는 표현은 법률적 용어가 아니라 통상 업무적으로 사용하는 용어”라며 “북한에 친인척이 있는 장병 등 북한의 접근이 가능한 환경에 노출돼 주의가 필요한 장병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본보가 보도한 군 당국의 메모는 탈북위장 여간첩 원정화 사건의 후속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지난달 28일 이상희 국방부 장관 등 군 수뇌부가 참석한 긴급대책회의 때 김종태 기무사령관이 실무진에게서 건네받은 것이다. 따라서 군 방첩기관의 최고 책임자가 혐의도 확인되지 않은 ‘단순 의심자’를 간첩 용의자로 파악한 메모를 갖고 긴급대책회의에 참석했다는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메모 내용에는 또한 군내 고도의 방첩 활동을 의미하는 단어들이 포함돼 있다. 군 소식통은 “이런 표현들은 군사기밀에 해당되며 군 보안당국 내에서도 알고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군 정보소식통은 “‘간첩 용의자’라는 표현은 장기간 내사를 통해 이적(利敵) 활동 등 분명한 용공 혐의가 있을 때만 사용된다”며 “이번에 검거된 여간첩 원정화도 수년간 관계기관들이 내사를 벌여 용의자로 분류했던 사례”라고 설명했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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