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농산물직거래 활성화 정말 힘들까요

  • 입력 2008년 8월 28일 02시 57분


직거래땐 농민 20% 고객 8% 이익

업체 “계약 불이행 많아 꺼려” 주장

《농수산물유통공사는 지난해 42개 주요 농축산물의 유통 과정을 분석했더니 과일·채소·고기 값의 40∼70%가량이 유통비용이었다는 보고서를 최근 냈습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사이버거래와 직거래 활성화로 농수산물 유통구조를 개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

‘직거래 활성화를 통한 유통구조 개선’은 농식품부의 업무보고 때마다 빠지지 않는 단골 메뉴입니다. 농수산물유통공사 보고서에 따르면 도·소매점을 거칠 때보다 직거래를 할 때 농가는 20.5%, 소비자는 7.7% 이익을 봅니다. 그런데도 직거래가 활성화되지 않는 이유는 뭘까요.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 바이어들이 농민들과 직거래하는 것을 꺼린다”고 말했습니다. 농가와 유통업체의 공급 계약은 수확 전에 예상 수확량과 가격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태에서 하는데, 막상 추수 때가 되면 농민들이 이 계약을 잘 이행하지 않는 경우가 왕왕 있다는 겁니다. 그는 “계약 가격보다 농산물 값이 올라 있으면 유통업체에 돈을 더 요구하며 물건을 납품하려 들지 않고, 값이 떨어지면 ‘왜 안 가져가느냐’며 불평을 하니 대형마트 쪽에서는 골치가 아파서라도 납품업자를 따로 두려 한다”고 설명하더군요.

유통업계의 일방적 주장이긴 하지만 농가와 꾸준히 직거래를 하는 유통업체가 농협유통뿐인 걸 감안하면 어느 정도는 설득력이 있어 보입니다.

농수산물유통공사 관계자는 “대형 유통업체들에 직거래를 강요할 수 없다면 농협하나로클럽의 매장을 늘리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직거래를 하는 농협 매장이 늘어나면 근처에 있는 경쟁업체들도 가격 압박을 받아 유통비용을 줄이는 방법을 찾아낼 거라는 이야깁니다.

유통업계에서는 “농축산물의 유통비 비중이 40∼70%라는 것을 유통업체의 폭리로 보는 것은 문제”라고도 항변합니다. 도축비용이 포함되거나 냉장보관을 해야 하는 등 공산품과 다른 특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유통업계의 반론도 일리는 있습니다. 하지만 선진국과 비교할 때 한국의 농산물 유통시스템이 뒤떨어졌다는 데 이의를 제기하기는 어렵습니다. 구호로만 ‘직거래 활성화’를 외치기보다 현장 상황을 살피고 가격 예측 등 과학적인 기법을 더 발전시켜야 하지 않을까요.

장 강 명 산업부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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