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제헌 60년, 헌법 앞에 모두 겸허하자

  • 입력 2008년 7월 16일 22시 50분


60년 전인 1948년 오늘 대한민국 헌법이 탄생했다. 당시 동아일보는 ‘연일 흐리던 날씨도 맑게 개고 기름진 녹음의 새소리도 앞날의 국운을 경축하는 듯 만민의 환희가 넘쳐흐르는 가운데…’라고 화려한 만연체(蔓衍體) 기사로 헌법 제정을 반겼다. 반만 년 역사상 최초로 국민주권 시대를 연 대한민국 헌법의 공포 순간은 이처럼 감개무량했다. 한 달 후인 8월 15일 이승만 대통령이 이끄는 초대 정부가 정식 출범함으로써 우리나라는 신생 민주공화국으로 감격적인 첫발을 내디뎠다.

그러나 우리 헌정사(憲政史)는 북한의 6·25 남침과 잇따른 무력도발, 두 차례의 군사 쿠데타, 반(反)민주 및 독재와의 오랜 투쟁으로 점철된 시련과 굴곡의 역사였다. 그 사이 몇 차례 헌정 중단의 아픔 속에서 헌법이 9차례나 개정됐다. 1987년에야 6월 민주항쟁의 산물로 현행 헌법이 탄생함으로써 이 땅에 명실상부한 민주주의가 자리 잡았다. 1988년 ‘헌법의 파수꾼’으로 출발한 헌법재판소는 헌법을 국가운영과 국민생활의 최고 규범으로 정착시키는 데 크게 기여했다.

헌법은 국가를 받쳐 주는 주춧돌이자 나아갈 방향을 가리키는 이정표다. 그러나 60년을 이어온 헌법정신은 지금 심각한 도전을 받고 있다.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주의, 시장경제의 원칙이 훼손되고 있는 것이다. 일부 세력은 직접민주주의의 탈을 쓰고 폭력까지 동원한 불법시위를 일삼으며 법치(法治)와 대의(代議)정치의 이념을 위협하고 있다. 일부 좌파세력은 국민이 자유롭고 공정한 직접선거를 통해 선출한 대통령을 퇴진시키려고 조직적인 선거불복 운동을 벌이고 있다. 주류(主流)신문에 대한 광고협박으로 언론자유와 시장경제를 짓밟고 공권력을 행사하는 경찰관에 대한 ‘인민재판’까지 자행했다. 헌법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혁명적 발상이다.

저명한 헌법학자인 허영 명지대 초빙교수는 “우리 헌법의 핵심을 이루는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주의, 시장경제 원칙의 한계를 벗어난 헌법의 개정이나 해석은 ‘헌법 파괴’일 뿐”이라고 강조한다. “디지털 민주주의니, 광장 민주주의니 하는 것들도 헌법정신인 대의민주주의를 부인하는 것으로, 헌법질서를 붕괴시키려는 의도가 담겨 있는 것”이라고 허 교수는 지적한다.

일각에서 개헌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법치라는 현행 헌법의 기본정신만은 바뀔 수 없다. 이는 세계의 모든 문명국이 지향하는, 그리고 되물릴 수 없는 공리(公理)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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