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윤덕민]금강산 총격, 적반하장 그만두라

  • 입력 2008년 7월 14일 03시 01분


안타까움과 실망을 넘어 분노를 느낀다. 정말 있을 수 없는 비극이 일어났다. 한민족이라면 꼭 한 번은 올라 보아야 한다는 금강산에서 중년의 여성 관광객이 북한군 총격으로 피살되었다. 아침 일찍 그는 해변으로 나왔다. 금강산의 해돋이를 보면서 여느 어머니처럼 가족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려 했을 것이다. 점점 밝아지는 여명을 느끼면서 해돋이를 잘 볼 수 있는 곳을 찾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두 발의 총격으로 그는 쓰러졌다.

北‘민간인 총질’ 근무수칙 바꿔야

군사통제지역이라 하지만 수십만 명이 이용하는 관광지에서 비무장 민간인에게 총질을 하는 행위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물론 북한 초병은 근무수칙에 따라 대응했을 수 있다. 관광지에서 여전히 그런 수칙을 갖고 있다면 정말 큰일이 아닐 수 없다. 때때로 한총련 학생들은 미군기지에 난입한다. 심지어 사격훈련장에 들어가 성조기를 태우고 훈련 중인 미군 장갑차 위에 올라타기도 했다. 수칙대로라면 총을 쏘아서라도 진압해야 한다. 미군은 총을 쏘지 않았다.

관광지를 경계하는 북한 초병이 관광객임이 분명한 사람을 쏜 일은 문명사회의 기준으로는 용납되지 않는다. 북한 당국의 정중한 사과와 함께 철저한 사실 규명, 재발 방지책이 필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점은 전근대적인 북한 초병의 수칙을 바꾸는 일일지 모른다. 남측의 사과를 요구하는 북한 명승지종합개발지도국의 담화는 사태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난달 22일 남북군사회담 북측 대변인은 느닷없이 담화를 통해 개성 및 금강산 사업과 연관된 통신 통행 통관의 ‘3통 합의’를 이행하지 않는다고 비난하면서 북한군이 개성 및 금강산 사업에 대한 “군사적 보장 대책을 계속 따라 세워야 하겠는가”라고 경고했다. 이 담화를 처음 접했을 때 생뚱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쪽 당국자를 철수시키고 당국 간 대화도 일절 거부하는 상황에서 합의 이행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은 누구보다 북한이 잘 알고 있을 터였다. 오비이락(烏飛梨落)이기를 바라지만 북한 군부의 경고가 현실화된 것이 아닌가 우려된다.

인류 역사에서 국가라는 존재가 탄생하게 된 배경은 자연 상태의 불확실한 생존에서 벗어나 ‘안전한 삶’을 얻기 위해서였다. 국가의 핵심 존재 이유는 두말할 필요 없이 국민 보호이다. 국가의 보호가 미치지 않는 곳에 국민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전시 상태의 아프가니스탄에서조차 우리는 선글라스맨의 활약을 통해 국민을 보호하지 않았는가?

매년 수십만 명의 국민이 북한을 방문하는 이상 사고가 있을 수밖에 없다.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안전조치를 기업에 맡기기보다는 국가적 차원에서 시급히 마련해야 하며, 북한도 적극 협력해야 한다. 남북 당국자가 머리를 맞대고 국민이 납득할 안전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것만이 위기의 금강산 관광을 살릴 수 있다.

남북협력해 안전대책 마련을

안타까운 점은 이명박 대통령이 국회 개원 연설을 통해 전면적인 남북 대화를 제의하는 시점에 총격 사건이 발생했다는 사실이다. 핵협상에서 고무된 북한은 한국을 고립시키고 국제사회의 지원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그러나 혹독한 시련의 계절이 다가오고 있음을 북한은 인식해야 한다.

세계적인 에너지 위기와 식량 부족 사태는 북한과 같은 나라에 치명적이다. 국제사회가 북한을 도울 수 있는 여력이 줄어들어서다. 이명박 정부는 북한 경제가 1인당 국민소득 3000달러 수준이 되도록 적극 돕겠다는 정책을 갖고 있다. 북한이 남측의 대화 제의를 수용한다면 폭염에 찌든 우리 민족에게 시원한 소식이 될 것이다. 한 국민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민족에게 희망을 주는 남북 관계 구축이 절실하다.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


▲ 영상취재 : 신세기 동아닷컴 기자
▲ 영상취재 : 이진아 동아닷컴 인턴기자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김재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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