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PD수첩의 광우병 방송, 국민을 誤導했다

  • 입력 2008년 6월 17일 23시 22분


MBC PD수첩은 4월 29일 광우병 프로그램을 방송하면서 아레사 빈슨이라는 미국 여성이 인간광우병에 걸려 사망한 것처럼 편집했다. 인터뷰에 응한 빈슨 씨의 어머니가 “의사들이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CJD)이 의심된다고 했다”고 말했지만 PD수첩은 ‘인간광우병(vCJD)’으로 자막 처리까지 해서 내보냈다. 그러나 미국 질병통제센터(CDC)는 최근 홈페이지를 통해 빈슨 씨가 인간광우병으로 숨졌을 가능성은 없다고 최종 결론을 내렸다. 지난달 공개한 예비 결론과 같은 판정이다.

PD수첩은 ‘다우너 카우(Downer cow·주저앉는 소)’를 보여주며 광우병이 원인인 것처럼 끌고 갔지만 문제의 영상은 광우병과 관계없는 동물 학대 고발 프로그램의 일부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준(準)사법기관인 언론중재위원회는 MBC에 ‘다우너 카우는 광우병에 걸렸다는 증거가 없고, 소가 일어서지 못하는 이유는 대사장애, 골절, 쇠약 등 다양한 원인에서 기인할 수 있다. 빈슨 씨의 사망 원인은 인간광우병이 아닌 것으로 중간 발표됐다’는 내용으로 정정(訂正)보도를 하라고 결정했다. 그러나 MBC는 “빈슨 씨의 어머니가 인터뷰 중에 인간광우병이라는 말을 썼고, 의학용어인 vCJD와 CJD를 혼동한 것으로 판단해 vCJD로 처리했다”는 등의 주장을 하며 이에 불복했다.

질병과 의학에 관한 보도는 사실관계뿐 아니라 ‘사실의 해석’도 극도로 조심해야 하는 영역이다. 신문사들이 10여 년 전부터 의사 출신 전문기자를 채용해 온 것도 그래서다. 조금이라도 미심쩍은 구석이 있는 기사는 내보내지 않는다.

PD수첩 프로그램이 방영된 지도 벌써 15년이나 됐다. 그 제작자들이 엄격한 취재훈련을 받지는 않았겠지만, 결국 국민을 오도(誤導)한 이번 광우병 프로그램의 심각한 결함이 단순한 취재 부족이나 ‘결과적 오보’였을까.

PD수첩의 송일준(교양제작국 부국장) 진행자는 한 인터뷰에서 “식품과 마찬가지로 언론에도 불량언론이 있고 우량언론이 있다”고 했다. PD수첩은 어디에 속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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