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풍의 돼지털] IPTV의 미래는 기술보다 정책?

  • 입력 2008년 6월 2일 14시 12분


한 가정에서 IPTV를 교육에 활용하고 있다.
한 가정에서 IPTV를 교육에 활용하고 있다.
커뮤니케이션이 계속 변화하고 있다. 정보를 말로 전달하다가 글자를 만들어 기록하게 됐고, 금속활자로 다수가 이용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방송과 컴퓨터의 등장으로 커뮤니케이션 유형과 정보의 형태까지 바뀌었다.

지난해 1월 빌 게이츠는 다보스포럼에서 5년 이내에 IPTV가 TV에 혁명을 가져올 것이라고 예언했다. 그런데 어떤 이는 빌 게이츠의 안목이 좁다며, IPTV가 TV 혁명을 넘어서 미디어 혁명을 이끌 것이라고 말한다.

CATV가 케이블을 이용한 텔레비전 서비스인 것처럼 IPTV도 인터넷 프로토콜을 이용한 텔레비전 서비스다. 둘 다 셋탑박스라는 별도의 단말기를 이용해야 방송을 볼 수 있고, 최근 CATV가 디지털방송을 시작할 정도로 상호작용, 즉 쌍방향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시스템을 갖춰 언뜻 보면 둘 사이에 별 차이가 없어 보인다. 그런데 왜 CATV는 IPTV의 등장을 두려워하며, 전문가들은 CATV가 아닌 IPTV에 주목하는 것일까.

현재 IPTV로 알려진 하나로TV나 메가TV 등은 실시간 방송이 빠진 상태다. 본격적인 IPTV와는 다소 차이가 있는 셈이다. IPTV는 쌍방향 서비스로 CATV처럼 일방적으로 제공되는 실시간 방송서비스를 포함하며, 이용자가 원하는 시간과 내용을 골라서 볼 수 있다. 동시에 음성 또는 화상전화를 할 수 있으며, 웹 서핑, 은행업무, 뉴스 등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CATV나 지상파의 디지털 방송이 기존 콘텐츠의 형식적 한계를 쉽게 넘어서지 못하지만, IPTV는 기술적으로 무제한에 가까운 채널을 운영할 수 있는 특징을 토대로 모든 콘텐츠와 서비스를 아우를 전망이다. 시청자가 직접 참여해 만드는 채널과 공간도 많이 생길 수 있다.

필자가 보는 IPTV의 가장 큰 매력은 확장성과 개인화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넘어서 다양한 유형과 내용의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고, 거의 모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으며, 이용자 중심으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텔레비전을 켜면 주로 보던 유형의 영화나 다큐멘터리 최신 목록이 먼저 제시된다. 다큐멘터리를 보다가 해당 지역에 대한 여행상품을 기상정보와 매칭시켜 적절한 날짜에 맞추고, 신용카드나 뱅킹을 통해 결제까지 마무리한다. 다시 프로그램으로 돌아와 끝까지 내용을 다 본 뒤, 이에 대한 간단평이나 장문의 감상문을 남긴다. 사서함에는 지난 번에 심혈을 기울여 남겼던 감상문에 대해 한 잡지사가 게재하겠다는 쪽지가 도착해 있다. 이 모든 과정은 거실 소파에 편하게 앉아서 진행된다.

이런 장밋빛 전망에도 우리나라의 IPTV 장래는 밝지 않다. 정보통신 강국을 자랑하는 우리나라지만 기술을 따라가지 못하는 정책과 법제화 속에서 지난 5년간 IPTV는 잠자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 지난 5년 동안의 기다림이 허송세월이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IPTV에 KBS1과 EBS를 제외한 나머지 지상파의 콘텐츠가 서비스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KBS2의 콘텐츠까지도 이용할 수 없을 수 있다는 것이다. 휴대전화의 핵심을 언제 어디서나 통신이 가능한 서비스라고 본다면, IPTV는 콘텐츠가 핵심이다. 좋은 콘텐츠가 있어야 이를 토대로 다양한 확장성과 서비스를 할 수 있는데 지상파뿐 아니라 다양한 양질의 콘텐츠 확보가 쉽지 않다면 IPTV는 위성DMB의 전철을 밟을지도 모른다.

IPTV의 미래가 과학기술이 아닌 정책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 첨단과학기술로 세계와 경쟁하는 상황에서 우물 밖으로 나갈 수 있는 사다리를 만들어주지는 못할망정, 방해하고 있는 건 아닌지. 언제까지 우물 안에서 우물 밖을 쳐다보기만 할 것인가.

박응서 동아사이언스 기자 gopo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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