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오문석]자원소비 줄지 않는 나라

  • 입력 2008년 5월 10일 02시 58분


원유를 비롯한 자원 가격이 몇 년째 계속 급등하면서 자원의 공급부족 현상이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장기간 지속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자원이 많은 나라야 아쉬울 게 없겠지만 우리처럼 자원을 수입해야 하는 나라들은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우리나라는 자원위기 시대에 가장 불리한 위치에 있는 나라다.

1인 에너지소비 세계 최고 수준

우선 우리나라는 거의 대부분의 자원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우리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자원순수입액을 다른 나라와 비교해 보면 에너지, 금속원자재, 심지어 농산물까지 거의 전 분야에서 세계 상위권이다. 국토에 부존자원이 없는 것을 탓할 순 없다. 문제는 이렇게 자원을 해외에 의존해야 하는 나라에서 자원소비가 오히려 가파르게 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1개국 중 30위인 데 비해 1인당 에너지 소비량은 9위다. 생산에 드는 에너지양도 역시 OECD 최고 수준이다. 1000달러어치의 생산에 필요한 에너지양을 나타내는 에너지원 단위를 보면 우리나라는 1980년부터 2005년까지 0.34의 높은 수준에서 제자리걸음하고 있다. 반면에 이 기간 중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이 에너지원 단위를 0.2 수준 혹은 그 이하로 획기적으로 줄였고 심지어 중국이나 인도도 1990년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줄였다.

이렇게 자원 효율성이 향상되지 않는 것은 우리 산업의 구조적 특징 때문이다. 전체 산업에서 제조업의 비중이 높고 특히 자원 다소비형 산업인 화학, 철강, 비금속광물 분야의 비중이 선진국에 비해 월등히 높다. 이들 산업이 자원을 투입해 얻는 부가가치가 높으면 그나마 다행일 텐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만들어 내는 제품이 주로 저기술 범용제품이다 보니 자원가격 상승으로 인한 원가 상승을 가격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수익을 내기 위해 물량을 늘려야 하니 투입하는 자원의 양도 선진국에 비해 많아질 수밖에 없다. 전기전자, 자동차 등 다른 주력산업도 자원 투입대비 부가가치 창출이나 에너지 기술 등의 면에서 일본과 같은 경쟁국에 뒤지는 것은 마찬가지다. 자원 제약이 심해질수록 주력산업의 경쟁력마저 약해질 위험에 노출돼 있는 것이다.

현실이 이런데도 자원의 낭비와 비효율성을 고치려는 기업이나 국민의 의식이 부족했거니와 변화를 주도하려는 정책적 노력도 미흡했다. 그동안 정책은 일시적인 자원시장의 충격으로부터 제조업을 보호하고 국내 경제에 대한 파급을 줄이는 데 머물렀다. 그러나 이제는 목표 자체가 달라져야 한다. 고통스럽더라도 장기적 관점에서 경제가 자원효율적인 산업 구조로 전환하는 것이 정책 목표가 돼야 한다. 기업들이 에너지를 절감하고 자원 투입대비 부가가치율을 높여 나가도록 하고, 산업 전체적으로도 자원 투입이 많은 산업의 비중이 줄어들고 자원소비가 적은 지식기반 서비스업의 비중이 늘어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효율 높인 기업 인센티브 줘야

그러기 위해서는 다른 선진국에 비해 저렴한 산업용 전력 등 에너지가격을 점차 국제 수준으로 현실화해 기업이 자원의 효율성에 더 민감해지도록 해야 한다. 강력한 규제와 지원도 병행해야 한다. 예컨대 에너지 효율을 크게 높인 기업에 인센티브를 제공한다거나 에너지 규제 수준을 지속적으로 높여 나감으로써 기업의 경쟁을 촉진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자원위기 시대에 각광받을 신재생 에너지 분야나 자원대체 기술 분야는 꾸준한 기술개발 투자와 시장 조성을 통해 차세대 성장엔진으로 육성해 나가야 한다.

국민도 이제 값싼 자원을 향유할 수 있는 시대는 앞으로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을 인식하고 자원위기 시대에 살아남는 법을 터득해야 할 때다.

오문석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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