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어린이 지키기 元年을 위한 조건

  • 입력 2008년 5월 3일 03시 00분


이명박 대통령과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는 어제 정례회동에서 올해 어린이날을 맞아 ‘어린이 지키기 원년(元年)’을 선포하고 어린이들이 유괴나 성폭력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자고 다짐했다.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는 그제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우리아이 지키기’ 캠페인 선포식에 참석해 “아동폭력은 심각한 범죄행위로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린이를 지키기 위한 구체적이고 효과적인 실천이 범국가, 범사회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중요하다. 예컨대 범람하는 인터넷 음란물로부터 어린이를 지켜내야 한다.

옛 국가청소년위원회 실태조사에 따르면 청소년이 유해매체를 처음 이용한 시기가 초등학교 4∼6학년과 중학교 1학년이라는 응답이 많았다. 대구 초등학교 집단 성폭력 사건에 연루된 학생들도 인터넷 음란물을 보고 이를 흉내 낸 것으로 드러났다. 음란물은 중독성이 강해 한번 빠지면 헤어나기 힘들고 현실과 가상세계를 혼동해 윤리적 판단이 흐려지기 쉽다.

3∼5세 유아의 절반가량, 초등생의 98%가 인터넷을 사용한다. 이런 어린이들이 성인사이트에서 성인인증을 받는 것은 식은 죽 먹기다. 사용자 간에 파일을 주고받는 P2P, 사용자가 동영상을 만들어 올리는 손수제작물(UCC) 같은 기술 보급으로 어린이가 음란물에 접할 기회는 널려 있다. 건전한 사이트의 게시판이나 댓글에도 음란물업자의 광고 사이트 주소가 올라와 클릭만 하면 쉽게 연결된다. 사이버 경찰은 무엇을 단속하는지 모르겠다.

가정에 들어오는 케이블 TV도 노골적인 섹스 장면을 공공연히 방영한다. 어른들이 보기도 민망할 지경이니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인터넷과 케이블 TV 음란물에 대한 심의 및 규제를 강화하고 인터넷 윤리교육도 제대로 해야 한다. 하지만 방송통신위원회는 정보통신윤리 제고 또는 확립을 위한 역할을 아직 못하고 있다. 어느 의미에서 인터넷 음란물에 관한 한 무정부 상태나 마찬가지다. 어린이 지키기는 정부 힘만으로 되는 것도 아니다. 가정에서 컴퓨터를 거실로 옮기거나 음란물 퇴치 프로그램을 컴퓨터에 깔아 주는 것도 현실적으로 필요하다.

정부 여당이 어린이 지키기 ‘원년’이라는 말을 쓸 정도가 되려면 더 광범위하고 정교한 방안을 강력하고도 지속적으로 실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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