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강 수량 20% 北이 통제…댐 닫으면 가뭄, 열면 물바다

  • 입력 2008년 4월 22일 02시 52분


현재도 소규모댐 방류때 어구-배 유실

北 물길 돌리면 어족자원 씨 마를수도

정부 작년말 알고서도 대책 논의안해

정부와 수자원 전문가들은 황강댐이 담수(湛水)를 끝내면 북한이 임진강 수자원의 20%를 조절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남한 쪽 임진강 유역의 수자원 관리권을 사실상 북한이 갖는 셈이다. 북한이 하류로 흘려보낼 물을 가뒀다가 예성강으로 보내면 경기 북서부 지역 주민들이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 남한 쪽엔 수자원 관리 시설 없어

정부는 2002년 12월 댐의 존재가 알려질 당시 연간 2억9300만 t의 물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했다.

문제는 임진강 하류에서 수자원을 관리할 시설이 없다는 점. 군남홍수조절지는 올해 말 공정 57%를 목표로 공사 중이다.

지류인 한탄강에 들어설 한탄강댐은 지난해 공사에 들어갔다. 공사가 2012년 끝나도 물을 가둘 수 있는 날은 1년에 보름 정도에 불과하다.

1998년 홍수로 연천댐이 무너지자 한탄강댐 건설이 추진됐다. 정부가 찬반 갈등에 끌려 다니면서 공사가 늦어졌다.

반면 북한은 임진강 상류에서 4억2000만∼5억2000만 t에 이르는 물을 직접 관리할 수 있다.

물을 가두면 가두는 대로, 방류하면 방류하는 대로 하류인 남한 지역에 피해가 생기는 셈이다.

○ 국토부 “국정원-통일부에서 통보 못 받았다”

국가정보원과 통일부는 황강댐의 담수 사실을 지난해 12월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기관의 한 실무자는 “국정원으로부터 황강댐 위성사진 판독을 요청받고 사진을 확인했다. 위성사진으론 담수를 시작한 모습이어서 당국자에게 통보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토해양부는 21일 “황강댐 담수 사실을 알지도 못하고 국정원이나 통일부로부터 통보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정부 차원의 협의와 대응책 준비가 없었던 셈.

남북한 사이에 임진강의 수자원 관리를 논의할 채널도 끊어졌다. 남북은 2001년 2월 평양에서 임진강수해예방실무협의회를 갖고 수자원 관리에 대한 협의를 시작했으나 2005년 7월 이후 중단됐다.

서울에서 2005년 7월 열린 10차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 당시 북한은 임진강의 방류 계획을 남측에 통보키로 했으나 구체적 논의가 중단됐다.

○ “지금도 가뭄때면 난리인데…” 불안한 주민

임진강 하류에서는 어민들이 100여 척의 어선으로 황복과 참게를 잡으며 생계를 유지한다.

북한이 2001년 이후 10여 차례에 걸쳐 4월5일댐에서 물을 마구 방류해 어구와 배가 떠내려가는 피해를 봤다.

이보다 큰 황강댐에 북한이 물을 가둔다는 소식에 어민들은 어족 자원이 사라지는 것 아니냐고 걱정한다.

어민 장석진(45) 씨는 “수년째 임진강에서 준설을 하지 않아 수위가 낮아진 상태에서 물이 마르면 어족 자원 자체가 사라진다”고 걱정했다.

임진강 물로 식수를 공급하는 경기 파주시와 연천군도 수량이 부족할 경우 마땅한 대책이 없다. 가뭄이 심했던 2001년 봄에 한탄강 하류의 동두천시 취수장은 물을 뜨지 못했다. 임진강 수계를 관리할 대책과 시설을 마련하지 못한 상태에서 북한이 황강댐에 물을 가두기 시작해 주민들이 피해를 볼 가능성이 커졌다.파주=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

이은우 기자 libra@donga.com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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