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폴리페서의 폐해 줄일 확실한 장치 만들어야

  • 입력 2008년 4월 9일 02시 58분


연구와 강의를 하다 정치활동에 뛰어드는 폴리페서(교수 신분을 유지한 채 정치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대학과 학생에게 주는 피해가 심해 이를 규제할 제도 도입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번 총선에도 지역구(16명)와 비례대표를 합쳐 48명의 교수가 교수직을 유지한 채 출마했다. 대선 때 여러 후보 캠프에서 활동했거나 청와대와 행정부 고위직에 임명된 교수까지 합치면 폴리페서는 1000명이 넘는다고 한다.

최근 서울대 교수 81명은 공무원에 선출된 교수들의 휴직 및 복직에 관한 예규 제정을 총장에게 건의했다. 서울대는 어제 교수의 공직 출마 신청 때 휴직을 의무화하도록 교육공무원법을 개정할 것을 정부에 건의하고, 복직 내규도 마련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교수의 정치 참여는 전문성을 살리는 측면도 있지만 학생과 대학은 선거철만 되면 혼란에 빠진다. 조국 서울대 교수는 “교수 1명이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면 4명의 교수가 1년간 안식년을 반납해야 한다. 대학원생은 갑자기 논문 지도교수를 바꿔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다”고 예시했다.

총선 출마 후 육아휴직을 신청한 서울대 K 교수처럼 해당 분야의 유일한 전공자인 경우 전공분야 하나가 없어져버린다. 폴리페서 때문에 학생들은 비싼 등록금을 내고도 교수 대신 강사의 강의를 듣는 일이 많고, 아예 강좌가 없어지기까지 한다. 의원직을 마치거나 낙선한 뒤 대학에 돌아간 폴리페서가 연구와 강의에 전념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어렵다.

선진국에서는 교수가 선출직 공무원이 되려면 교수직을 사임하는 것이 상식이다. 지역주민이 공직후보자를 선발하는 상향식 공천이어서 지역구 활동도 하지 않은 교수가 공직에 출마하는 것부터가 쉽지 않다. 교수가 장관이나 거대 조직의 책임자로 임명되는 직급 인플레이션도 문제다. 미국의 경우 교수가 장관직에 곧장 임명되는 경우는 드물다. 국정을 실험 대상으로 삼을 수 없기 때문이다.

정치권 진출 교수들에게는 출마신청 때 사직 또는 휴직을 의무화하고 복직 심사 때는 공직에서 이룬 업적을 엄격히 평가해야 한다. 교수 자리를 정계나 공직 진출용 징검다리로 여기는 풍토를 방치해 대학사회를 병들게 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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