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나라당, 成績과 表彰이 다른 ‘신뢰 파괴’ 공천

  • 입력 2008년 3월 18일 23시 14분


이방호 한나라당 사무총장은 작년 9월 전국 시·도 당 사무처장과 중앙당 실·국장들을 모아놓고 “경선 때 어디에 섰든 문제 삼지 않겠으니 이제부터 이명박 후보의 당선을 위해 매진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각 지역구의 대선 득표율을 4·9총선 공천의 중요한 자료로 삼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243개 지역구별로 매달 지지율 수치까지 체크하며 “시스템에 의한 공천이 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런 약속을 믿고 지역구에서 열심히 대선 운동을 한 의원과 당원협의회위원장들이 이 후보의 압도적 승리에 기여했다. 이를 부정한다면 배은망덕이다. 그런데 이번 공천을 보면 이 총장의 약속이 지켜졌다는 흔적을 발견하기 어렵다. 16대 대선에 비해 득표율을 10%포인트 이상 올린 12개 지역구 중 8곳의 당협위원장이 탈락한 반면, 득표율이 10%포인트 이상 떨어진 21개 지역구 중 11곳의 당협위원장이 공천을 받았다. 득표율과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온 것이다. 대선 선거대책본부장까지 맡았던 당 사무총장이 식언(食言)을 한 것이라고 단정할 만하다.

이제 와서 이 총장은 ‘득표율 외에 다른 요인들도 고려됐기 때문’이라고 변명할지 모르지만 이처럼 득표율이 무시된 것은 애초 고려할 의사가 없었다는 게 당 안팎의 공통된 지적이다. 정치의 기본은 신뢰인데 이래서야 무슨 방법으로 당원과 국민의 마음을 얻겠는가.

공천을 쥐락펴락했다는 이 총장의 지역구(경남 사천) 대선 득표율은 55.8%로 경남지역 평균 55%를 겨우 넘었다. 이 총장과 함께 공천 과정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이재오 전 최고위원의 지역구(서울 은평을) 득표율은 49.8%로 서울 평균 53.2%보다 낮다. 그래서 두 사람이 득표율을 아예 무시해버렸는지 몰라도 낯 뜨거운 일이다.

한나라당은 어제부터 비례대표 심사에 착수했다. 657명의 신청자가 몰려 경쟁이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고 한다. 이-이 두 사람이 혹여 지역구 공천심사에서 계파이익을 충실히 대변한 공천심사위원이나 자격 미달자를 비례대표 후보에 슬쩍 끼워 넣지나 않을지 지켜보는 눈이 많다. 신뢰란 한번 잃으면 회복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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