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신석호]반성문 공개된 햇볕정책, 功過논쟁 끝난 셈

  • 입력 2008년 3월 13일 03시 03분


본보는 1월 24일 통일부가 처음으로 ‘햇볕정책 10년’을 평가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며 국민적 동의 없는 일방적 대북 지원 등에 대한 ‘자기반성’이 포함될 것이라는 것을 특종 보도했다.

통일부 간부들은 이날 오전 회의를 열어 보도 내용을 시인할지를 놓고 격론을 벌였고 “사실이 아니다”라는 짧은 해명자료를 내고 입을 닫았다.

몹시 섭섭했지만 한편으로 이해가 됐다. 노무현 대통령과 이재정 통일부 장관의 임기가 한 달이나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당시 노 대통령은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활동을 연일 비난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 김대중 노무현 정권의 최대 ‘치적’으로 꼽히는 햇볕정책을 실행 당사자인 공무원들이 비판적으로 평가한다고 차마 실토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렇게 쉬쉬하며 만들어진 ‘반성문’은 한 달 보름이 지난 최근 신임 김하중 통일부 장관의 입을 통해 세상에 공개됐다. 김 장관은 10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햇볕정책은 남북교류를 확대하고 촉진했지만 그 추진하는 방법과 속도와 폭, 국민의 공감대를 얻는 방식, 합의를 도출하는 방법에 있어서 일부 문제가 있었다”고 시인했다.

그는 11일 취임식 후 기자들과 만나 “속도를 줄이고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갔다면 더 효과적이었을 것”이라며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남북관계를 개선해 나가고 국민의 지지와 공감을 얻는 데 역점을 두겠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문제가 무엇인지 국민은 안다. 이른바 ‘햇볕주의자’들은 ‘북한을 도와주면 한반도에 평화가 온다’는 명분으로 대북 지원 정책을 밀어붙였다. 일부는 자신들의 정치 경제적 이해를 추구하고 끼리끼리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대선을 코앞에 둔 지난해 10월 열린 제2차 남북 정상회담 이후에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 분야에 걸쳐 일부는 현실성이 떨어지는 190여 개의 합의서에 허겁지겁 사인했다. 이에 대한 언론의 정당한 문제 제기를 반민족 행위인 양 매도했다.

늦은 감이 있지만 신임 통일부 장관의 평가와 반성을 통해 지난 10년 동안 온 나라에 갈등과 분열을 가져왔던 햇볕정책의 공과(功過) 논쟁에 종지부가 찍히길 바란다. 통일부는 과거를 반면교사(反面敎師) 삼아 국민적 합의에 기초한 올바르고 실용적인 대북정책을 펴 주길 기대한다.

신석호 정치부 kyl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