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公기업, 민간이 소유해야 民營化다

  • 입력 2008년 3월 7일 22시 49분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5일 “공기업의 소유를 바꾸기보다 효율성을 높이는 게 우선”이라며 “정부가 민간 경영인을 공모로 뽑아 모든 권한을 주는 싱가포르 방식을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 장관의 말은 공기업의 소유는 계속해서 정부가 하고, 경영만 민간에 넘기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실제로 그렇게 한다면 진정한 민영화가 아니고, 민영화 흉내만 내는 것이다.

정부가 기업을 소유하고 경영인 선임이라는 인사결정권을 갖는 한, 그 자리에 민간인을 앉히건 관료를 앉히건 정치인을 앉히건 정부 입김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독자(獨自)경영을 할 것으로 기대할 수는 없다. 민간인 출신이라 해도 하루아침에 관료화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소유를 안 바꾸고도 효율성을 높일 것이라고 하지만 정부가 소유하는 한, 완전한 민영화만큼 효율성을 높이기는 불가능하다고 단언할 수 있다.

이명박 정부가 내건 ‘작은 정부’는 공무원 수 감축과 함께 공기업 민영화가 핵심이다. 공공부문 개혁의 세계적 모델로 꼽히는 영국의 ‘대처리즘’도 민영화가 핵심이었다. 마거릿 대처는 “개혁의 관건은 딱 한 단어, 바로 ‘기업’이다”라며 전기 통신 도로 조선 등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국영화된 기간(基幹)사업들을 3단계에 걸쳐 민간에 넘겼다. 대처가 집권한 1979년만 해도 지지자들조차 감히 말을 꺼내지 못했던 민영화를 통해 영국 경제는 극적으로 부활했다.

민영화가 공익(公益)서비스를 해칠 우려가 있다고 하지만 최소한의 비용으로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이상의 공익은 없다. 오히려 공익은 기업 성패의 책임을 스스로 지는 민간 소유자 및 경영자의 기업가정신, 창의력, 경영 기법 등을 활용해야 더 잘 실현될 수 있다.

강 장관의 발언이 관치(官治) 관영(官營) 체질에서 비롯된 ‘민영화 후퇴’의 자락 깔기가 아니기를 바란다. 정부는 부처 인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소유와 경영을 민간에 넘기는 확실한 민영화를 통해 공공부문 개혁의 고삐를 바싹 죄어야 한다. 공기업 민영화는 집권 초기에 밀어붙이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렵다는 것이 세계의 경험칙(經驗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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