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血稅 퍼먹는 지방공기업과 그 배후의 지자체들

  • 입력 2008년 2월 21일 23시 03분


감사원은 어제 80개 지방공기업에 대한 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상당수 지자체가 지방공기업을 무분별하게 설립해 방만한 경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앙 공기업에 비해 규모가 작고 활동하는 무대가 지방이라는 점이 다를 뿐 적자를 내고 이를 메우기 위해 혈세에 기대는 행태는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감사에선 설립 목적과 상관없이 적자 경영을 계속하는 공기업, 찜질방이나 휴게소 사업에 뛰어들어 민간과 마찰만 일으키고 손실까지 낸 공기업, 아무 일도 안하는 퇴직 공무원 출신 임직원들에게 매달 급여를 지급한 공기업들이 적발됐다. 이런 공기업들은 치밀한 사전 시장조사나 분석 없이 ‘남이 하니까 나도 한다’는 식으로 세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자체들의 재정상태는 전국 246개 시도군구 중 지방세 수입으로 직원들의 인건비조차 주지 못하는 곳이 60%를 넘을 정도로 열악하다. 파산을 걱정해야 할 판인데도 온갖 명목으로 공기업을 세우고 있다. 경기도에서만 이미 설립됐거나 설립을 추진 중인 ○○지방공사, ○○도시(개발)공사가 11곳이나 된다.

단체장은 선거 논공행상 인사에 이용하거나 업적 과시용으로 내세우니 좋고, 공무원들은 퇴직 후 자리가 생기니 마다할 이유가 없다. 지방의회는 이권(利權)에 한 자락 걸칠 것을 은근히 기대하고 묵인하는 구조다. 중앙 공기업은 그나마 감시하는 눈이라도 많지만 지자체는 이들 3자의 공생(共生)관계 속에 개혁의 무풍지대처럼 방치돼 왔다.

수익사업을 통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한다고 하지만 대부분 자본 잠식을 걱정하는 처지이고, 낙하산 인사로 인한 잡음도 끊이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경영진의 전문성이 떨어지고, 이에 따른 손실은 주민 세금으로 때우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그런데도 그동안 전국적으로 지방공기업이 퇴출된 사례는 단 한 건에 불과하다.

지방공기업에 대한 대대적인 개혁 없이는 새 정부가 내건 작은 정부도 성공하기 어렵다. 사후 감사도 강화돼야 하지만 불요불급한 공기업의 신설부터 억제하고 부실기업은 과감히 퇴출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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