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새 경제팀의 첫 시험대, 物價와 景氣

  • 입력 2008년 2월 21일 03시 00분


10여 년 만에 라면 사재기 양상이 나타났다. 20일부터 각종 라면 값이 개당 100원씩 오른다는 발표를 듣고 미리 사두려는 사람들이 슈퍼마켓에 몰려든 것이다. 개당 100원 오르는데도 북핵 위기나 북한의 ‘불바다’ 발언 때보다 더 민감한 반응이 나타난 것은 물가(物價) 오름세 불안심리가 확산돼 있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원자재 값 폭등이 근본 원인이다. 라면의 원료인 국제 밀 값은 최근 한 달 새 90%, 1년간 250% 폭등했다. 철광석 도입가격이 1년 전에 비해 65% 올라 앞으로 철강제품은 물론이고 자동차 기계류도 인상이 불가피하다. 철강재에 대한 가수요(假需要)도 확산되고 있다. 석유화학제품의 원료인 나프타 값도 66% 치솟아 유화업계가 감산(減産)에 나서는 상황이다. 국제유가는 사상 처음으로 배럴당 100달러 선을 돌파했다.

이미 지난달 수입(輸入)물가는 21.2% 수직상승했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10월 환율변동 탓에 25.6% 오른 이후 가장 큰 폭이다. 이는 약 4개월 후에 소비자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물가가 오르면 실질소득이 줄어 소비가 위축되고 경기(景氣)도 활력이 떨어져 올해 서민 생활의 고통이 더 심해질 게 뻔하다.

이명박 새 정부는 물가 불안에 앞서 찾아온 미국발 경기 침체 충격까지 떠안고 있다. 불안요인들이 모두 밖에서 오는 것이어서 정부가 관리하기가 만만치 않다. 물가와 경기를 모두 좋게 유지하기 위한 정책 조합은 거의 없다. 현 정부가 시행 중인 대책은 품목별 매점매석 단속이나 상황을 지켜보는 수준이다. 정부 교체기에 자칫 정책대응 시기를 놓칠 가능성마저 있다.

경제 활성화를 내건 새 정부는 출범하자마자 물가 불안, 경기 침체 위협과 싸우게 됐다. 새 경제팀은 규제 완화, 감세(減稅) 등을 통한 경제성장을 외치고 있지만 당장 눈앞의 악재도 급하다. 돌발 요인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면 중장기적인 성장 동력 회복은 더욱 힘들어진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이동전화 요금 인하 방안처럼 어설프게 대처했다간 새 정부가 어려운 국면을 맞을 것이다. 새 경제팀이 실력을 보일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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