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진한]대학병원 무한경쟁의 서막…

  • 입력 2008년 1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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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병원가에선 가톨릭대 의대 성모자애병원의 경력사원 공고가 화제가 되고 있다.

기획조정실 경력직원 3명을 뽑는데 1억 원씩의 파격적인 연봉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이 병원 의사 초봉이 6000만∼8000만 원인 만큼 행정직에겐 높은 수준이다.

이 병원은 인천 부평구에 2009년 완공을 목표로 800병상 규모의 새 병원을 증축 중이고 인천 서구지역에 1000병상 규모로 새 병원과 실버타운도 조성할 계획이다. 의료개방 시대에 살아남으려면 병원 행정을 총괄할 뛰어난 인재가 필요하다는 것이 병원 측의 설명이다.

그동안 대학병원에서 기획조정실 교육수련부 등 핵심 부서의 요직은 대부분 의사가 맡아서 운영해 왔다. 환자도 보고 학생도 가르쳐야 하는 의사가 경영까지 맡다보니 문제가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성모자애병원의 경력직 모집을 대학병원이 전문 경영 시대로 가는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현재 대학병원 중에서 병원 전문경영인 체제를 갖춘 곳은 거의 없다. 자생한방병원 또는 예치과와 같은 대형 네트워크 병원이 전문경영인을 두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지난해 7월 전남 도립 강진의료원장에 개원 이후 처음으로 비의사 출신이 임명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비의사 출신 전문경영인들은 홍보마케팅, 부동산, 자금 관리, 각종 법률적인 문제 등을 맡아 관리한다.

한 전문병원 전문경영인은 “대형 대학병원은 매출이 5000억 원이 넘는 기업 수준이지만 행정 인력은 구멍가게 수준”이라면서 “의료와 경영을 분리해 전문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전문경영인 체제가 만병통치약은 아닐 수 있다. 반대하는 사람들은 “행정만 안다고 환자를 위한 시스템을 만들지는 못한다”고 주장한다. 환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아는 의사가 경영에 참여해야 환자를 위한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의료개방이 본격화될 경우 지금 같은 경영체제로는 선진 경영 시스템을 갖춘 외국계 병원과 경쟁하기 어려운 것이 우리 의료계의 현실이다. 이번 거액 연봉자 모집 공고를 계기로 대학병원들도 위기를 타개할 수 있는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이진한 교육생활부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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